[월드컵] 인구 58만 카보베르데, 아르헨과 명승부…"졌지만 잘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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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보베르데 한인 "현지 주민들도 선전에 놀라…노예 국가 설움 떨쳐내"

    대서양의 제주도 2배 크기 섬나라…포르투갈 식민지 때 노예무역 중계지

    3일(현지시간) 카보베르데-아르헨전 보며 응원하는 카보베르데 축구 팬들
    3일(현지시간) 카보베르데-아르헨전 보며 응원하는 카보베르데 축구 팬들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카보베르데가 비록 아르헨티나에 졌지만, 카보베르데 사람으로 보면 이긴 경기다. 이번 월드컵은 소국의 설움을 떨치는 기회가 됐다.

    카보베르데 교민인 선교사 조남홍 씨는 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가든스의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32강전 카보베르데-아르헨티나전에 대한 현지 반응을 이렇게 소개했다.

    조 씨는 카보베르데에서 14년째 거주 중으로 지난 1일 잠시 귀국해 서울에서 경기를지켜봤다.

    카보베르데는 전반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에게 선제점을 내줬지만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전 끝에 결국 2-3으로 패했지만, 이 경기에서 두 차례 동점을 만들며 직전 대회 우승국인 아르헨티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조 씨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카보베르데가 이번에 큰 사고를 친 셈"이라고 말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4일 아르헨티나전에서 선전한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의 선방
    4일 아르헨티나전에서 선전한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의 선방

    [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그는 "카보베르데가 너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나라라서 다들 우습게 봤는데 결코 쉽게 지지 않았다"면서 "현지 지인들이 '우리도 놀랐다. 우리는 더는 약한 나라가 아니다'라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내게 보내왔다"고 현지의 들뜬 분위기를 전했다.

    조 씨는 이번 대회 카보베르데 선전에 대해 "카보베르데는 역사적으로 노예의 나라며 소국이었는데 이번에 그 소국의 설움을 떨쳐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경기 기간 내내 카보베르데가 대표팀 유니폼인 파란 물결로 흘러넘쳤다"고 덧붙였다.

    교민들에 따르면 카보베르데 국민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자국 국가대표팀이 선전하자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인구 60만명도 안 되는 대서양의 작고 가난한 나라가 처음으로 밟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무적함대' 스페인, 월드컵 초대 우승팀 우루과이 등 축구 강호와 잇달아 무승부를 거두면서 32강에 진출한 뒤 아르헨티나와도 대등한 경기를 하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32강 진출에 환호하는 카보베르데 선수들
    32강 진출에 환호하는 카보베르데 선수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자국 경기가 끝난 뒤에는 경기 결과에 흥분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도로는 경적을 울리는 차량으로 가득 차기도 했다.

    카보베르데는 아프리카 서북부 대서양에 있는 인구 58만명의 작은 섬나라다.

    아프리카 서단의 세네갈 해안에서 약 450㎞ 떨어진 군도(群島)로 산티아고 등 크고 작은 10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총면적은 4천33㎢로 제주도의 2배에 불과하다.

    한국 외교부의 '카보베르데공화국 개황'에 따르면 애초 대서양에 있는 무인도였던 카보베르데는 1495년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된 뒤 약 500년 뒤인 1975년 독립했다.

    식민지 시절 노예무역 중계지였으며 대서양을 항해하는 선박들의 중간 기착지로 많은 유럽 선박이 들렀다.

    오랜 식민 지배의 영향으로 인종별로는 유럽과 아프리카계 혼혈인 크리올이 71%로 가장 많으며 아프리카계(28%)가 뒤를 잇는다.

    카보베르데는 여야 정권 교체가 평화롭게 진행되는 등 아프리카에서 드물게 정치적으로 안정된 민주주의 국가로 꼽힌다.

    경제는 관광산업 수입과 자국 인구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진 해외 이주민들의 송금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3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천500달러(약 700만원)였다.

    카보베르데는 이번 월드컵에 앞서 가수 세자리아 에보라(1941∼2011)의 조국으로 먼저 세계에 알려졌다.

    공연 때 늘 맨발로 무대에 섰던 '맨발의 디바' 에보라는 아프리카 정서와 식민지의 아픔을 담은 카보베르데 음악 장르인 '모르나(Morna)'를 상징하는 가수다.

    모르나는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이 이 섬에 가져온 리듬과 유럽 백인들이 전해준 멜로디가 결합해 만들어진 음악이다.

    에보라는 2003년 앨범 '보스 다모라'(사랑의 목소리)로 그래미상 월드뮤직 부문 상을 받았고 한국에는 2002년 한 차례 방문해 공연한 바 있다.

    카보베르데에서 선교사로 활동 중인 조남홍(왼쪽) 씨 부부
    카보베르데에서 선교사로 활동 중인 조남홍(왼쪽) 씨 부부

    [조남홍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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