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동화의 끝 '명승부'로 장식한 카보베르데…"우리 정체성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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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과 무승부로 화려한 본선 첫선…32강서 아르헨티나와 연장 접전까지
"카보베르데, 훌륭한 팀 증명" 적장도 찬사…"이번 대회 주인공"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 무대를 '이변의 무승부'로 시작한 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의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와의 명승부로 존재감을 거듭 각인하며 여정을 마무리했다.
카보베르데 대표팀의 부비스타 감독은 4일(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을 마치고 "우리는 나라의 위상을 높였다. 우리의 정체성을 보여줬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날 카보베르데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팀 아르헨티나와 연장전 끝에 2-3으로 졌다.
이름조차 생소했던 인구 52만 명의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월드컵 무대에 깊숙이 이름을 새기며 도전을 마친 순간이었다.
포르투갈 식민지로 500여년간 지내다 1975년 독립한 카보베르데는 1986년 FIFA에 가입한 뒤 2000년대 들어서 월드컵 문을 꾸준히 두드린 끝에 이번에 처음으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자원이나 인프라가 부족하고 취업 기회도 제한적이라 이민자가 많은 카보베르데는 축구에서도 이중국적자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발탁하면서 월드컵 본선 출전의 발판을 놨다.
월드컵 최종 명단 26명이 모두 포르투갈이나 네덜란드 등 외국 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로 채워진 카보베르데는 본선 참가국이 48개로 확대된 덕분에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으나 실력으로 모든 것을 불식했다.
본선 데뷔전인 지난달 16일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부터 0-0으로 비겨 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2차전에선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2-2 무승부를 이뤄 돌풍을 이어갔다.
3차전에선 사우디아라비아와 다시 0-0으로 비긴 카보베르데는 조별리그에서 3무로 승점 3을 쌓아 H조 2위를 차지하며 당당히 32강에 진출했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버틴 아르헨티나와의 이날 32강전에선 메시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균형을 이뤄 연장전으로 향했고, 연장전에서도 아르헨티나에 먼저 한 골을 허용하고서 다시 동점을 만드는 저력을 보였다.
카보베르데는 막판까지 뛰어난 활동량과 공격력으로 아르헨티나의 간담을 여러 차례 서늘하게 했다.
부비스타 감독은 "(경기 후) 라커룸 분위기는 슬픔으로 가득 찼다. 우리는 탈락했고, 승리에 정말 가까웠기에 당연히 슬프다"면서도 "이 또한 성장의 과정이다. 이런 경험은 성장에 도움이 되며, 팀에 영혼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어떤 팀도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두 골을 넣고 연장전으로 끌고 갈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이는 우리 팀의 투지와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적장인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팀 밖에서의 극찬도 이어졌다.
스칼로니 감독은 "상대팀에게도 찬사를 보내야 한다"면서 "'쉬운 상대는 없다'는 말이 있는데, 오늘 카보베르데는 자신들이 훌륭한 팀임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FIFA 웹사이트의 경기 실시간 중계 코너에도 "카보베르데의 경기력은 말 그대로 '센세이셔널'했다. 투지와 결단력, 정신력뿐만 아니라 기량도 뛰어났다. 아르헨티나를 공격했고, 타격을 입혔다"는 호평이 올라왔다.
스코틀랜드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인 제임스 맥패든은 BBC 라디오에서 "영화 '록키' 같은 경기였다. 카보베르데는 졌지만 이겼다"면서 "그들은 용기와 단결력, 화합,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맥패든은 "아르헨티나는 승리를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고, 결국 실력을 보여줬으나 오늘의 주인공은 카보베르데다. 이번 대회의 주인공도 카보베르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