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란 경기장서 반복되는 '깃발 숨바꼭질'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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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미국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의 이란 축구대표팀 경기장에서 '깃발 숨바꼭질'이 반복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인터넷 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문제가 된 깃발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팔레비 왕조 때 사용됐던 이란 국기 '사자와 태양'이다.
이란계 미국인 일부는 현재 이란 정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기 위해 이 깃발을 들고 경기장에 입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해 FIFA는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이 깃발을 경기장 안에 반입하는 것을 금지했다.
미국 법원도 FIFA의 손을 들어줬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시민단체가 FIFA의 깃발 반입 금지는 미국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고등법원 판사는 최근 FIFA의 손을 들어줬다.
문제는 이 같은 FIFA의 규제가 완벽하게 집행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팬들은 깃발뿐 아니라 다양한 크기의 종이나 천에 사자와 태양 문양을 새겨 반입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장 관리자들도 사자와 태양 깃발 단속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LA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뉴질랜드의 1차전에선 한 경기장 관계자가 사자와 태양 깃발을 든 한 여성에게 다가가 귀띔했다.
FIFA 규정상 깃발을 전시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몸에 두르고 경기를 보는 것은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깃발을 몸에 두르면 의류로 간주해 FIFA의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허점을 알려준 것이다.
한편 이날 경기를 앞두고 LA 지역에선 미국에 망명 중인 이란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 레자 팔레비를 지지하는 한 단체가 사자와 태양 문양이 인쇄된 티셔츠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날 사자와 태양 깃발을 들고 경기장을 찾은 이란계 미국인은 "이란이 골을 넣더라도 박수치지 않을 것"이라며 "이 팀은 국가대표팀이 아니라 정권의 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