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삶 향한 탈북 여성의 고단한 발걸음…'하나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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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덴마크 합작 영화…프레드릭 쇨베르 감독·번역가 샤론 최 각본
배우 김민하, 간호사 꿈꾸는 21세 탈북 여성 혜선 역 소화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고향인 북한 양강도를 떠나 남한에 정착한 스물한 살 혜선(김민하 분)의 꿈은 간호사다.
탈북민 정착지원 기관인 하나원에서는 혜선에게 제과·제빵이나 네일샵 등 빠르게 시작할 수 있는 직업교육을 권했다.
그래도 혜선은 대학 교육을 받고, 간호사라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꿈을 바꾸지 않는다. "왜 힘든 길을 가려고 하느냐"는 우려 섞인 핀잔도 20대를 맞이한 혜선의 열망을 꺾지 못한다.
브로커도 없이 중국으로 탈출해 남한 땅까지 밟은 혜선은 이미 인생의 큰 어려움을 혼자서 넘겼다.
아픈 모친의 병원비를 구하기 위한 여정이었고, 굽이굽이 궂은 일의 연속이었지만 '독사처럼 살라'는 어머니의 말을 곱씹으며 살아냈다.
하지만 남한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 못지않게, 서울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거칠고 까다롭다.
덴마크의 다큐멘터리 감독 프레드릭 쇨베르의 첫 장편 극영화 '하나 코리아'는 탈북 여성 혜선의 서울 적응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국-덴마크 합작으로 제작됐고, 봉준호 감독의 통역가로 이름을 알렸던 각본가 샤론 최(최성재)가 각본 작업에 참여했다.
영화는 혜선이 새 출발에 대한 설렘이나 기대감보다는 경계심, 풍파에 찌든 파리한 얼굴로 하나원을 찾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나이에 맞게 천진하고 해맑은 하나원 입소 동기인 보미(안서현)와는 같은 탈북민이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동시에 혜선은 체제 트라우마의 피해자로만 그려지지는 않는다.
하나원에서 만난 한 여성은 혜선을 보자마자 머리채를 잡으며 '너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며 드잡이하고, 혜선은 마땅히 머리채 잡힐 일을 했다는 듯 묵묵히 당해준다.
관객들이 이 젊은 여성의 과거가 얼마나 험하고 고됐을지 궁금해하는 사이 혜선은 점차 서울살이에 적응해간다.
간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어머니의 치료비를 마련하는 건 누구에게나 힘겨운 일상이다. 돈은 모아도 모아도 부족하고, 이방인인 혜선에게 주변 사람들은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혜선의 북한어 억양은 점차 줄어들고, 까마득히 멀게만 보였던 간호사라는 꿈에도 서서히 가까워진다.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은 탈북 여성의 남한 정착기라는 생소한 주제를 조사하기 위해 30여명가량의 탈북민을 직접 만났다고 한다.
쇨베르 감독은 2010년 다큐멘터리 영화 '지구의 허파를 팝니다'로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 초청받아 한국을 찾았을 당시 분단 상황에 대해 알게 됐고, 점차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그 중 '효린'이라는 탈북 여성의 이야기가 크게 와닿았고, 그의 이야기를 토대로 영화의 구성을 짜 나갔다고 한다.
다큐멘터리로 연출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관객들이 혜선의 이야기에 몰입해 서사를 따라가도록 만들기 위해 극영화로 장르를 틀었다.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담담하게 이어지는 혜선의 독백은 그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그의 마음을 따라가게 한다.
좌절하고 실망할 때를 대비하듯 늘 무표정으로 살아가는 혜선의 얼굴에는 평범한 삶을 향한 절실한 열망이 배어 있다.
7월 8일 개봉. 105분.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