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부터 BTS까지 챌린지 힘쓰는 K팝…숏폼시대 최우선 홍보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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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 역주행 사례 연이어…"빌보드 진입곡도 틱톡서 먼저 입소문"
아이돌 대기실서 챌린지 연습 삼매경…"음악보다 화제성만"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김선우 기자 = 숏폼 플랫폼에 최적화된 '댄스 챌린지'가 신인 그룹부터 월드스타 방탄소년단(BTS)까지 뛰어드는 K팝 시장의 가장 중요한 홍보 수단 중 하나가 됐다.
발매 직후에는 음원 차트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다가 챌린지로 화제몰이에 성공하면서 정상에 오르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챌린지의 주된 통로인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의 화제성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면서, 가요계에서는 이제 음반 기획 단계부터 챌린지를 염두에 두고 후렴구와 안무를 만드는 경우가 늘고 있다.
◇ 화제 된 챌린지 하나, 방송 출연 열 번 안 부럽다
4일 가요계에 따르면 최근 댄스 챌린지가 입소문을 타면서 순위를 끌어올려 최상위권에 안착하는 '차트 역주행'이 계속되고 있다.
걸그룹 아일릿의 '잇츠 미'(It's Me)는 발매 직후 국내 대표 음원 플랫폼 멜론에서 일간 순위 기준 131위에 머물렀지만, 선배 가수 이정현 등이 출연한 잇따른 챌린지 영상이 화제를 모으면서 최고 순위 2위까지 기록했다.
걸그룹 블랙핑크 제니가 협업한 호주 출신 가수 테임 임팔라의 '드라큘라'(Dracula)도 올해 2월 제니가 참여한 리믹스 버전이 틱톡 등 숏폼 플랫폼에서 빠르게 확산한 이후 역주행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10위까지 올랐다.
신예 코르티스의 '레드레드'(REDRED)는 강렬한 후렴구와 인상적인 안무를 앞세운 챌린지가 반향을 일으키면서 보이그룹 노래로는 이례적으로 멜론 '톱 100' 1위까지 차지하는 등 올해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가 됐다.
이 밖에도 투어스의 '오버드라이브'(OVERDRIVE)와 최예나의 '캐치캐치' 등이 챌린지 흥행으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의 컴백 전에 다양한 프로모션이 있지만, 챌린지는 숏폼 시대에 최적화된 홍보 방식이 됐다"며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챌린지가 흥행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기획 단계부터 숏폼 플랫폼을 염두에 두는 사례도 늘고 있다. 챌린지를 고려해 중독성 있는 후렴구를 만들거나 15초 내외의 '포인트 안무'를 별도로 구성하는 식이다. 챌린지를 위한 쉬운 버전의 안무까지 준비하는 아이돌도 많다. 일부 기획사는 신곡의 정식 발매일 전에 챌린지용 음원을 선공개하기도 한다.
지난달 신곡 '바이럴'(VIRAL)을 발표한 그룹 보이넥스트도어는 최근 인터뷰에서 "많은 분이 챌린지나 쇼츠를 좋아해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고민 중"이라며 "다양한 것 중 어떤 게 터질지 모르지만 하나라도 바이럴(Viralㆍ입소문)이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챌린지의 중요성은 비단 성장 중인 팀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최근 팬 플랫폼 위버스 라이브에서 "'훌리건'(Hooligan) 챌린지의 경우 팬이 만든 안무가 새로운 챌린지로 파생돼 더 많이 확산될 수 있었다"며 "챌린지는 노린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더라. (팬이 만든 버전 덕분에) 많은 분이 '훌리건' 챌린지를 해주셔서 좋았다"고 말했다.
◇ 챌린지 올리는 SNS…음반·공연 매출 확대 핵심 통로
아이돌 댄스 챌린지는 주로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로 공개된다. 숏폼에 적합한 이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은 단순히 홍보를 넘어 음반과 공연 매출 확대의 중요한 통로가 됐다.
음악·엔터테인먼트 데이터 집계 매체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지난 2024년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 진입한 곡의 84%는 차트 진입에 앞서 틱톡에서 먼저 바이럴 현상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인스타그램에서 매일 음악 콘텐츠를 소비하는 Z세대 이용자의 38%는 공연 관람과 굿즈 구매 등 적극적인 팬 활동을 하는 '슈퍼팬'으로 분류됐다.
이들은 일반 이용자보다 콘서트 등 공연 관람 비율이 45%로 더 높았고, 실물 음반 구매 경험도 21%로 일반 이용자(12%)의 약 두 배로 집계됐다.
SNS의 효율적 활용이 '슈퍼팬' 결집의 열쇠인 가운데 댄스 챌린지는 이들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루미네이트는 "틱톡 참여는 음악 스트리밍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바이럴로 인한 글로벌 차트 성공으로도 이어진다"며 "인스타그램에서 음악 이용층은 공연과 실물 음반 구매 등 음악 소비 활동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챌린지 위한 별도 레슨까지"…음악과 '주객전도' 지적도
일각에서는 챌린지가 컴백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으면서 좋은 음악 그 자체보다 화제몰이에만 힘을 쏟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K팝 아이돌 그룹은 신곡 활동을 할 때 TV 음악 프로그램 대기 시간을 활용해 다른 가수들과 챌린지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서로 다른 아이돌 그룹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촬영이 이어지면서 소모되는 시간과 체력 또한 상당하다.
챌린지의 중요성이 증가하다 보니 챌린지용 안무 레슨을 별도로 받는 아이돌도 있다. 어떤 유명 아이돌 그룹과 챌린지를 성사하느냐가 기획사의 중요한 매니지먼트 역량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기도 한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촬영 자체보다 연습과 일정 조율에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며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반응이 좋지 않을 수 있어 허투루 준비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챌린지는 숏폼 중심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시대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자 기본 프로모션 수단이 됐다"며 "다만 K팝이 곡 전체보다 숏폼용 후렴구와 포인트 안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만큼, 음악 자체보다 화제성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