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배우고 나누겠다"…'거물' LG 카라스코의 겸손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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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번 양보한 신인에게 선물 약속…"어린 선수들의 멘토 되겠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미국 메이저리그(MLB) 통산 112승에 빛나는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새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카라스코(39)는 마음씨 좋은 아저씨 같았다.
LG 선수단에 처음 합류한 28일 서울 잠실구장 기자실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자신의 사진을 찍자 양해를 구한 뒤 본인 휴대전화를 꺼내 다 같이 '셀카'를 제의했다.
인터뷰 중 녹음을 위해 책상에 올려둔 한 기자의 휴대전화가 떨어지자 주워서 목소리가 잘 들어가도록 배치하기도 했다.
한국 야구를 바라보는 시선도 더할 나위 없이 겸손했다.
카라스코가 KBO리그에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가장 큰 의문은 '대체 왜'였다.
빅리그 통산 112승을 거뒀고, 2017년에는 18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하기도 했던 그는 올 시즌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소속으로 빅리그와 마이너리그 트리플A를 오갔다.
보통 MLB 출신 선수는 두 가지 이유로 KBO리그에 온다.
좋은 대우와 연봉을 바라거나, 여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 다시 빅리그로 복귀하는 게 꿈이다.
하지만 KBO리그에 온 MLB 출신 가운데 역대 최다승을 자랑하는 카라스코는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다.
빅리그에서 17시즌을 뛴 그의 누적 소득은 8천513만6천500달러(약 1천243억원)에 달하고, 내년이면 40세라 빅리그 재 복귀를 노리는 연배도 아니다.
카라스코는 "이런 기회가 있다는 걸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커리어에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LG가 저를 필요하다고 어필했고, 기쁘게 합류했다"며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다. KBO를 경험했던 친구들이 이 무대를 소개해줬고,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카라스코가 언급한 '친구'는 LG에서 뛰었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애덤 플럿코다.
그는 "친구들이 팬들이 얼마나 열정적인지, 1회부터 9회까지 멈추지 않고 응원하는 모습이 얼마나 좋은 추억으로 남았는지 말해줬다"면서 "23년 동안 프로 선수로 활약하며 많이 배웠다. 어린 선수에게 노하우를 가르쳐줄 수 있다는 게 야구의 매력인데, KBO에서 그런 멘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을 찾는 일부 외국인 선수는 관광이나 문화 체험을 기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카라스코는 선을 확실히 그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마음에 들지만, 한국에는 야구하러 온 것"이라며 "대신 오늘 선수단 라커룸에서 동료들을 만났을 때 팀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느꼈다. 한 명씩 인사하러 오는 모습을 보며 '존중'이 팀 문화에 스며있다고 느꼈고, 그 덕에 내가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 되새겼다"고 강조했다.
최근 찌는 듯한 한국의 여름 날씨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카라스코는 "미국의 여름도 만만치 않다. 야구는 추울 때 시작해 더위를 거쳐 선선할 때 끝나는 종목이라 더위나 추위를 이기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투수다운 겸손함과 철학은 수비와 타자 분석 이야기에서도 드러났다.
"제 장점은 타자들을 공부하는 걸 좋아한다는 점"이라는 그는 "상대 타자들이 제 투구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파악하고, 지금까지 커리어를 이어오며 배운 투구를 보여드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LG 선발진 부진으로 자신에게 쏠린 기대감과 부담감에 대해 "긴 커리어를 치르며 부담감 속에서도 어떻게 좋은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지 알고 있다"며 "팬들의 기대는 부담이 아닌 '설렘'이다. 시즌 중에는 오르내림이 있기 마련인데, 우리 팀은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며 자신했다.
여기에 빅리그 시절 2016년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눈앞에서 놓쳤던 아쉬움을 LG의 우승으로 풀고 싶다는 목표도 숨기지 않았다.
카라스코는 빅리그에서 줄곧 달았던 59번 유니폼을 LG에서도 입는다.
원래 59번의 주인이었던 신인 투수 박준성(18)이 등번호를 양보해 준 사연을 알게 된 그는 "팀에서 원하는 번호를 물어보기에 59번을 말했고, 주인이 있었는지는 나중에 알았다. 번호를 넘겨줘서 고맙다"며 "박준성이 뭘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선물을 준비할 것이다. 좋아하는 걸 줘야 진짜 선물"이라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