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암표 잡겠다며 수십 년 팬 계정까지 무더기 정지했다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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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암표상을 잡겠다며 '디지털 감시'를 벌이다 수십년간 시즌권을 보유한 열성 팬들까지 계정 정지 처분을 내려 역풍을 맞고 있다.
22일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새 시즌을 앞두고 맨유 시즌권 구매자들의 계정이 무더기로 정지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맨유는 최근 수년간 입장권 암거래가 극심해졌다는 판단에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자동화 방식으로 '이상 패턴'을 보이는 시즌권 계정 색출에 나섰다.
그 결과 수천 명의 시즌권 계정을 제한해 입장권 구매와 양도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해당 사용자는 8월 22일 프리미어리그(EPL) 개막 전 이의신청 절차를 밟아야 하며, 그 결정에 따라 시즌권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
문제는 맨유가 어떤 행위를 이상 패턴으로 보느냐다. EPL은 수년 전 종이 티켓을 폐지하고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디지털 티켓 체계로 전환했다.
맨유는 입장권을 '승인된 가족이나 지인'에게만 양도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경기 참석이 어려울 때 지인에게 원가로 티켓을 넘기거나 부모 계정에 자녀가 대신 로그인하는 행위도 이상 패턴으로 분류해 적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계정 정지를 당한 팬들은 "구단의 충성 지지자들이 계정 제한 대상에 대거 포함됐다"고 주장한다.
35년 이상 시즌권 보유자인 앤디는 BBC에 "디지털 티켓이 도입된 뒤 온라인 처리가 어려운 아버지를 대신해 내가 다 해줬는데, 그게 문제가 됐다"며 "1974년 2부 리그 시절부터 시즌권을 갖고 있던 아버지는 이제 연금 생활자다. 경기장 가는 건 우리 부자를 잇는 끈"이라고 말했다.
북아일랜드의 맨유 서포터스 클럽 총무를 맡고 있다는 팬도 "회원 중 시즌권을 가진 사람 모두가 계정 제한 이메일을 받았다"며 "경기를 못 가는 회원이 있으면 다른 회원에게 원가 그대로 티켓을 넘겨왔는데, 구단이 그걸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맨유는 팬클럽에 보낸 메시지에서 "여러 계정이 동일 개인에 의해 중앙 통제되거나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패턴을 보인 사례에 집중했다"며 "적발된 대다수는 올바르게 분류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팬들은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됐는지조차 통보받지 못한 채 스스로 결백을 증명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맨유 서포터스 권익 단체인 트러스트는 "수천 명에게 계정 정지 및 시즌권 취소 통보가 발송됐으며 수백 명으로부터 도움 요청을 받았다"며 "구단의 접근 방식은 의도치 않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앤디는 "구단이 원하는 건 팬이 아니라 고객"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구단은 지난 시즌에도 첫 5경기 입장권 2만2천장을 암표 관련 이유로 취소했다. 시즌권의 10∼15%가 암표상의 손에 있다고 추정하는 구단 측에서는 이를 '빙산의 일각'으로 본다. 맨유 시즌권 보유자는 4만6천800명에 달한다.
BBC는 "경기 티켓을 부풀려진 가격에 불법적으로 되파는 행위는 EPL에서 만연한 문제"라면서도 "팬들은 부유한 구단들이 시즌권 소지자가 적어지길 바란다고 믿는다. 왜냐면 경기 좌석을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티켓당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