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편견 극복하려 대회 열어"…서윤정 한국장애인골프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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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째 골프 대회 개최해 동기부여…올해부터 국제대회로 확대
"국제 랭킹 선수 없지만 발굴·육성해 장애 골프 강국 만들 것"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대회에서는 장애 선수도 일반 선수와 똑같은 룰을 적용해서 시합합니다. 선수들은 장애가 있으니 적당히 봐주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오직 실력으로 평가받기를 원하죠. 선수들의 동기도 부여하고 장애를 장애로 바라보는 편견도 없애기 위해 매년 대회를 열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첫 국제장애인골프대회를 개최한 서윤정(56) 한국장애인골프협회 회장은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는 장애인 선수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대회를 계속 키워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001년 설립된 사단법인 프로골프티쳐스협회에서 출발한 한국장애인골프협회는 2014년부터 매년 장애인 골프대회를 열고 있다.
지금까지 800명 이상의 선수가 참가했다. 첫 대회는 시각장애인골프대회였고, 점차 분야를 넓혀서 청각장애인, 지적발달장애인, 신체장애인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열어 왔다.
그러다가 서울특별시와 신한은행의 후원에 힘입어 대회 규모를 키웠고, 지난해 현재의 명칭으로 정관을 변경한 데 이어 올해 국제대회로 확대했다.
서 회장은 "일본은 국제장애인골프대회를 31회째 열고 있고, 유럽은 그 이전부터 국제대회를 열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 한국은 잠재력은 크지만 아직 신생국인 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골프협회(USGA) 등 선진국이 중심이 돼 하계올림픽에 이어 열리는 패럴림픽에 장애인골프대회를 신설하려고 하는데 조만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며 "PGA와 LPGA 등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많은 한국은 골프 선진국이지만 장애인 골프 분야는 이제 걸음마를 떼는 단계"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대회를 열어보면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데 아직 세계랭킹에 오를 만한 국제대회가 국내에 없어서 제대로 선보이지 못할 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렇기에 여건만 갖춰지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1일까지 서울 인천 중구의 베르힐컨트리클럽 영종에서 열린 '2026 서울 국제 장애인 골프대회'는 국내 부문과 국제 부문으로 나눠서 진행했다.
국내 부분은 55명의 선수가, 국제 부문은 한국, 일본, 홍콩에서 10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우승은 하지절단 장애를 안고 출전해 압도적 기량을 선보인 일본의 아키야마 타쿠야가 2라운드 합산 13개 오버로 우승을 거머쥐었고, 준우승은 대퇴절단 및 상지절단 장애를 가진 한국의 동상희 선수가 18개 오버의 성적으로 차지했다.
서 대표는 "한 팀당 선수 3명과 스코어를 기록하는 마커 1명이 동승해 성적 합계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높였고 경기운영 위원을 코스 곳곳에 배치해 원활한 대회 진행을 도왔다"며 "일반 대회와 다른 경기 룰은 시각장애인 선수의 볼이 벙커에 빠졌을 때 샷하기 전 어드레스 단계에서 클럽이 모래에 닿아도 되는 것 딱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골프의 대중화를 위해 미국과 유럽의 티칭프로그램을 도입해 지금까지 2천500여명의 티칭프로를 양성했다.
국내에 8개 지부가 있고, 해외에도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미국, 태국 등 8개 지부가 있다.
이번 국제대회를 치르는 데 협회 일본지부장인 전정섭 전 재일본한국인골프협회장의 도움이 컸다.
서 회장은 "전 지부장 덕분에 일본 장애인골프선수 랭킹 3위 등 상위권 3명을 섭외하고 일본장애인골프협회 관계자도 초청해 교류할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며 "국제대회를 30년 이상 개최해온 일본의 노하우를 배워 우리 대회에도 접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애인골프 국제대회 랭킹은 유럽에서 만든 국제랭킹 시스템에 의해서 순위를 매기는데 아직 국내에서는 이 시스템을 적용하지 못하는 단계라서 국제 대회에 초청자 자격으로만 출전할 수 있다.
서 회장은 "실력은 되는데 국제 무대 출전 기회가 적어서 랭킹에 들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우선은 국내 개최 국제대회를 국제랭킹 시스템에 맞도록 규모와 수준을 키우려고 한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어 "당장 내년 대회는 일본, 홍콩, 호주, 인도, 태국 등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해외 지부장으로 활동하는 재외동포 골프인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된다"고 자부했다.
'2026 서울 국제 장애인 골프대회' 일본 참가 선수와 관계자들. 좌측부터 전정섭 한국장애인골프협회 일본지부장, 야마모토 아츠시(3위), 야키야마 타쿠야(우승), 아리사코 타카시(4위), 요시히 이시즈카 일본장애인골프협회 전무이사. [한국장애인골프협회 제공]
협회 창립멤버인 서 회장은 티칭프로 양성으로도 바쁠 텐데 장애인 골프대회를 열게 된 게 궁금했다.
그는 "2013년 협회 출신 티칭프로가 운영하는 골프연습장을 방문했다가 시각장애인이 골프 연습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고 장애인도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이들이 장애를 딛고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2014년 첫 대회를 시각장애인 대회로 열었다.
그는 "당시 첫 번째로 출전한 시각장애인 선수가 드라이버로 200야드(183미터)를 치는 것을 보고 감동해 매년 대회를 열겠다고 약속했고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국내 선수들은 개인사업자, 중고등학교 체육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며 "선수이기 이전에 이미 한명의 사회인으로 완벽하게 자립한 사람들이기에 실력으로 평가해야지 동정심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국제대회 규모를 키우고 국제랭킹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국제심판도 더 양성해야 하는 등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오히려 더 의욕을 불태웠다.
그는 "미국골프협회에서 패럴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위해 2022년부터 '미국 장애골프 오픈(U.S Adaptive OPEN)'을 열고 있는데 제1회 초대 챔피언이 지적발달장애가 있는 한국의 이승민 선수였다"며 "한국 선수의 기량만큼은 이미 국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전국체전에 시도 선수를 출전시키는 대한장애인체육회 산하의 대한장애인골프협회와 협력하면 시너지가 더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골프협회는 장애인파크골프 대회를 훌륭하게 키워내고 있는데 필드 골프 대회를 국제대회로 키워내는 데 힘을 모으면 빠르게 정착할 것이라는 지론이다.
그는 "매년 대회를 치르기 위해 협회 회원들의 자원봉사와 여러 단체의 후원 등이 큰 힘이 되고 있다"며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경우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유력한 분야기도 하므로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랭킹 시스템을 도입해 대회를 여는 나라는 미주와 유럽 등에 35곳이 있다"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유일한데 여기에 한국을 포함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