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레저] '라운드 너머'를 내세운 골프 관광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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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링·트레킹·온천 료칸 등 맞춤형 일정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골프 시장의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관광업계의 움직임은 정반대다.
골프가 쇠퇴하고 있다기보다 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값싼 라운드와 횟수를 앞세웠던 과거의 골프 여행은 퇴조하고 있지만, 대회와 휴양, 미식, 지역 문화, 국제 교류를 결합한 골프 관광은 오히려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골프 관광 마케팅의 핵심은 '골프장에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골프를 '여행의 이유로 만드는 것'이다.
◇ '골프 트레일' 개발한 미국 오리건주
미국 오리건주는 200개가 넘는 골프장을 하나의 관광 자원으로 묶어 '골프 트레일'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태평양 연안의 정통 링크스 코스인 밴던 듄스부터 해발 1천100m 고원지대의 벤드, 목장 문화와 골프를 결합한 실비스 밸리 랜치까지 지역별로 전혀 다른 경험을 내세운다.
골프만 치고 돌아오는 일정도 아니다.
포틀랜드의 미식과 월라멧 밸리의 와인, 컬럼비아강 협곡과 태평양 해안 드라이브를 일정에 연결한다.
골프장을 개별 시설로 홍보하는 대신 지역 전체를 하나의 체류형 관광 상품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일본 홋카이도 역시 여름 골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아놀드 파머가 설계한 36홀 규모의 후라노 골프 코스는 올해 개장 25주년을 맞아 기념 대회와 시타 행사, 한정 메뉴 등을 마련했다.
겨울 스키로 알려진 후라노를 여름철 골프와 트레킹, 사이클링을 즐기는 사계절 여행지로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국내 리조트의 움직임도 비슷하다.
모나용평은 KLPGA 대회 개최 이력이 있는 버치힐CC를 회원제에서 대중형 골프장으로 전환했다.
명문 코스의 희소성을 유지하기보다 더 많은 골퍼에게 문을 열고, 총 45홀 규모의 골프 인프라를 숙박과 휴양, 대관령의 여름 기후와 결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골프장 운영의 무게중심이 회원권과 단일 라운드 매출에서 체류시간과 리조트 소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몇 번 치느냐'보다 '어떻게 머무느냐'
일반 골프 여행의 소비 방식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개월 전부터 대규모 팀을 꾸려 정해진 일정에 맞춰 출발하는 단체 패키지가 중심이었다.
최근에는 부부나 가까운 지인 2∼3명이 원하는 날짜에 떠나는 소규모 맞춤 여행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이러한 변화의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비행시간이 짧고 지역별 코스와 계절 풍경이 다양해 짧고 잦은 골프 여행에 적합하다.
명문 코스와 온천 료칸, 소도시 관광을 결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반대편에서는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프리미엄 시장을 키우고 있다.
호주와 미국, 하와이, 유럽의 명문 코스를 찾아가거나 한 지역에 열흘 이상 머무는 장박형 골프 여행이 대표적이다.
메이저 골프대회 관람과 세계적인 코스 라운드를 결합하거나 크루즈 기항지에서 골프를 즐기는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모두투어가 내놓은 호주 골드코스트 상품은 이 같은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대한항공 직항과 고급 리조트 5박, 명문 코스 54홀 라운드에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 관광을 결합했다. 골퍼뿐 아니라 함께 여행하는 배우자와 가족의 만족도까지 상품 설계에 반영했다.
◇ 해외여행의 새로운 동력, 파크골프
골프 관광의 외연을 넓히는 또 하나의 축은 파크골프다.
국내 파크골프장은 2020년 254개에서 2025년 552개로 5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대한파크골프협회 등록 회원도 같은 기간 약 4만5천 명에서 22만9천 명 규모로 증가했다.
파크골프는 장비와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동호회 활동이 활발해 노년층의 대표적인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행업계는 이 수요를 국내 구장 이용에 머물게 하지 않고 해외 대회와 교류 상품으로 연결하고 있다.
모두투어는 오는 11월 중국 산둥성 옌타이에서 300명 규모의 해외 파크골프 챔피언십을 개최한다.
참가자들은 63홀 규모의 남산국제파크골프장에서 연습 라운드와 본 대회를 치르고, 옌타이 관광과 미식 체험도 함께 즐긴다. 총 5천만 원 상당의 시상과 경품도 내걸었다.
골프 전문 여행사와 파크골프 용품업체가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라운드뿐 아니라 휴식과 지역 문화, 현지 동호인 교류를 결합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특히 파크골프는 단체로 이동하는데다가,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대회에 참여하려는 욕구가 강해 관광 상품화에 유리하다.
일반 골프가 소수·맞춤형으로 세분되는 사이, 파크골프는 동호회 중심의 대규모 단체시장이라는 또 다른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골프 여행의 경쟁 기준이 라운드 횟수와 가격에서 숙소의 품격, 이동 편의, 동반자 일정, 관광 콘텐츠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