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우 출신 KBO 1호 각별해"…홈런으로 SSG 구한 마드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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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디아 대체 선수로 SSG 입단해 2경기 만에 홈런포
(부산=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태평양의 섬나라 팔라우는 야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 지위를 누리는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발표한 3월 자 세계 랭킹에서 62위에 오른 팔라우에서는 세미프로 리그가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팔라우 야구계에 벌어졌던 가장 큰 사건은 2022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처음 팔라우계 선수가 입성한 것이다.
외야수 블라이 마드리스가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으로 빅리그 무대를 밟았을 때, 팔라우 일간지는 1면에 그의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4년의 세월이 흘러 마드리스는 KBO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마드리스는 2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 3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 KBO리그 첫 홈런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해 7-3 승리에 앞장섰다.
피츠버그와 휴스턴 애스트로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거친 그는 올해 멕시코 리그에서 활약하던 중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부상 대체 선수를 찾던 SSG로부터 연락받았다.
6주짜리 계약을 맺은 그는 21일 KBO리그 데뷔전에서 4타수 1안타를 때린 데 이어 이날은 장타력을 마음껏 뽐냈다.
마드리스는 경기 후 "야구에는 항상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는데, 오늘은 그냥 그 좋은 날 중 하나였던 것 같다"며 "남은 시즌 동안 이런 좋은 날이 자주 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맹타의 비결에 대해서는 "타구 질보다는 마운드 위 투수들에게 어떻게 적응하는지에 더 행복감을 느낀다"며 "어떤 투수가 마운드에 있든 일관성 있는 스윙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경기 후에는 SSG 동료들이 준비한 음료 세리머니로 팀워크를 결속했다.
후반기 들어 연패에 빠지며 웃을 일이 없었던 SSG 선수들은 마드리스의 홈런으로 4연패를 끊자 처음에는 그에게 물을 뿌리다가 나중에는 서로 물싸움을 이어가며 여름밤 더위를 쫓아냈다.
데뷔 첫 홈런 직후 더그아웃에서 이른바 '무관심 세리머니'를 겪었던 마드리스는 "그렇게 장난치고 놀리는 분위기가 나를 팀 동료의 일원으로 느끼게 해줘서 더 재미있고 설렜다"며 "합류한 지 두 경기밖에 안 됐지만, 동료들이 처음부터 계속 환영해 줘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기뻐했다.
한국 특유의 응원 열기에 대해서도 "매일 밤 팬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내 플레이에 조금 더 열심히 집중하게 만든다"며 "팬들 앞에서는 물론, 팀 동료들이 헤매고 있을 때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게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마드리스는 미국에서 살며 아버지의 지원으로 5살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팔라우와 괌, 하와이 등에서 농구 선수로 활약했고, 삼촌들이 마드리스에게 야구를 가르쳤다.
마드리스는 "아버지는 농구 선수셨지만, 삼촌들이 야구해서 자연스럽게 야구하게 됐다"며 "아버지를 비롯해 다른 스포츠와 리그에서 활동한 가족들이 경기를 보는 시각이 다 달랐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많이 배웠다"고 했다.
뿌리인 팔라우에 대한 강한 자부심도 잊지 않았다.
그는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KBO리그에서도 팔라우 출신 프로야구 선수는 내가 처음이라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며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나를 자랑스러워하시는 걸 느끼고 있다. 이 모든 의미와 영광을 아버지에게 돌리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