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버린 아들, 웃어넘긴 아빠…롯데 비슬리의 완벽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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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웨슬리 시구 나섰다 '펑펑'…"날 닮아서 부끄러움 많아"
6이닝 1실점으로 SSG 타선 봉쇄하고 시즌 6승 수확
(부산=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21일 부산 SSG 랜더스전에 맞춰서 뜻깊은 시구 행사를 마련했다.
외국인 선수 빅터 레이예스, 엘빈 로드리게스, 제러미 비슬리의 자녀를 나란히 시구자로 초청한 것이다.
레이예스의 딸 브리애나와 로드리게스의 아들 엘빈 주니어는 웃는 얼굴로 아버지에게 힘차게 시구했지만, 비슬리의 아들 웨슬리는 많은 사람이 바라보는 것에 놀랐는지 엄마 품에 안겨 눈물이 터졌다.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비슬리의 표정엔 난처함과 사랑스러운 감정이 동시에 묻어났다.
마침 선발 투수로 나선 비슬리는 눈물 섞인 아들의 '기'를 받아 6이닝 5피안타 2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SSG 타선을 봉쇄하고 시즌 6승(5패)을 따냈다.
롯데가 6-2로 승리하고 만난 비슬리는 "솔직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다. 날 닮아서 그렇다"며 웃었다.
비슬리는 1회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며 무사 2루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으나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무실점으로 넘겼다.
그에게 '아들이 시구할 때 울어서 제구가 흔들린 거냐'고 농담을 던지자 "그건 아니다"라며 웃어넘겼다.
이어 "아이가 울어서 살짝 집중하기 힘들긴 했지만,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10년, 20년 뒤에 오늘 시구를 돌아본다면 웨슬리도 그 순간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만의 등판에서 거둔 값진 승리였다.
전반기 막판 궂은 날씨로 등판 일정이 꼬여 마운드가 그리웠다는 비슬리는 "원했던 바로 그 모습이다. 마운드에 오를 준비가 완전히 되어 있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비슬리는 영리한 피칭으로 타선을 요리했다.
그는 "SSG 타자들이 우측으로 당겨치려 한다는 걸 일찍부터 눈치챘다"며 "평소 땅볼 유도를 좋아하는데, 우리 수비진이 훌륭한 플레이를 성공시켜 주어 기뻤다. 내야를 빠져나갈 공도 막아주는 수비진을 믿고 던졌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1루 수비에서 실책성 플레이로 선취점 빌미를 줬지만, 곧 쐐기 타점을 올리며 승리 투수 요건을 지켜준 나승엽에 대한 믿음도 잊지 않았다.
비슬리는 "수비 실책은 야구의 일부분이다. 언젠가 나승엽이 호수비로 나를 살려주는 날도 있을 것"이라며 "결국 그가 타점을 올려주었으니 내 역할을 다하려 노력할 뿐"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시즌 첫 SSG전 등판 당시 부진했던 기억도 깨끗하게 씻어냈다.
비슬리는 4월 4일 부산 SSG전에서 4이닝 10피안타 6실점으로 뭇매를 맞았다.
그는 "당시 SSG는 멈출 수 없는 기차처럼 연승 기세를 타고 있었고, 나는 리그 타자들을 파악하며 적응하는 중이었다"며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의 무더위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고향인 미국 조지아주와 앞서 3년간 뛰었던 일본의 덥고 습한 날씨를 언급한 그는 "더위에는 어느 정도 익숙하다. 다만 이 시기에는 체중이 금방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수분 공급과 영양 관리에 확실히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열한 순위 싸움의 중심에 선 롯데 선발진의 일원으로서 자부심도 남달랐다.
비슬리는 "아직 우리가 가진 잠재력을 전부 끌어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 팀은 사람들이 믿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 투수진이 지금처럼 계속 제 몫을 해준다면, 다른 팀들이 롯데를 강력하게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