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비자 장벽'에 발 묶인 보지냐 모친…美 정계까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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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냐, 스페인 파상공세 막아내고 0-0 무승부 이끈 카보베르데 수문장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무적함대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낸 카보베르데 40세 노장 수문장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조국의 역사적인 월드컵 첫 승점을 따낸 감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관중석 어딘가에 있어야 할 어머니가 비싼 '비자 보증금' 등 미국 입국 장벽에 가로막혀 오지 못했다는 슬픔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로이터 통신은 17일(한국시간)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의 어머니가 미국에 오지 못했던 사연을 상세히 전했다.
보지냐는 전날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우승 후보 스페인의 슈팅 27개 파상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0-0 무승부를 끌어냈다.
보지냐의 어머니 아나 칸디다 에보라(59) 씨는 당초 아들의 월드컵 데뷔전을 현장에서 응원할 참이었다.
그러나 에보라 씨의 발목을 잡은 건 막대한 비용과 복잡한 비자 절차였다.
미국 정부는 비자 만료 후 불법 체류를 막기 위해 카보베르데 등 일부 국가 시민이 관광 비자를 신청할 때 최대 1만5천달러(약 2천300만원)의 보증금을 예치하도록 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월드컵 티켓 소지자만 보증금 제도를 면제하겠다고 밝혔지만, 편도 6천400㎞에 달하는 비행기 표와 숙박비 등 엄청난 체류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에보라 씨는 일찌감치 미국행을 포기했다.
애초에 여권조차 발급받지 못해 비자 신청 엄두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우 세메두 카보베르데 축구협회장은 "비자 문제뿐만 아니라 항공료 등 엄청난 비용이 든다"며 "선수 가족이 대회에 참석하고 싶어 한다면 이를 돕기 위한 모든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결국 집 TV로 아들의 선방 쇼를 지켜봐야 했던 어머니의 사연이 로이터 통신 등을 통해 보도되자 미국 정계가 즉각 반응했다.
하킴 제프리스 미국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떤 어머니도 자녀가 역사를 만드는 빛나는 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일요일에 열리는 다음 경기에 어머니가 참석할 수 있도록 모든 권한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적었다.
미 국무부 역시 즉각 화답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현재 선수 가족이 비자 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선수 친척들에게는 비자 보증금 면제 규정이 적용될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
보지냐의 동생 데이비드슨 에보라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어머니가 다음 경기를 현장에서 보신다면 정말 멋진 일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