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보여준 키움 김재현…'누구든 한 번은 주인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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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투아웃에 강속구 투수 상대로 3점 차 뒤집는 끝내기 만루포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9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키움 김재현이 끝내기 홈런을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6.8.23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김재현(키움 히어로즈)은 1루와 2루를 거쳐 3루까지 뛰어갈 때도 표정 변화가 없었다.
KBO리그 역사상 3번만 나온 '3점 차 역전 끝내기 만루 홈런'을 친 선수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였다.
키움은 23일 고척 KIA 타이거즈전에서 9회말을 2-7로 뒤처진 채 맞았고, 2점을 만회한 가운데 2사 만루에서 상대 마운드에는 시속 157㎞를 뿌리는 강속구 마무리 이의리가 서 있었다.
타석에 들어간 타자는 9회초 대수비로 투입된 백업 포수 김재현이었다.
이의리의 빠른 공에 연신 헛손질하던 그에게 역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
그러나 2볼 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55㎞ 몸쪽 높은 공에 반사적으로 배트가 돌아갔고, 공은 거짓말처럼 왼쪽 펜스를 넘어갔다.
8-7로 경기에 마침표를 찍은 역전 끝내기 만루 홈런이었다.
그가 무표정하게 베이스를 돈 것은, 어쩌면 그날 경기장에서 가장 놀란 사람이 타석에 서 있던 본인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경기 후 김재현이 남긴 말은 담담해서 더 아팠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9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키움 김재현이 끝내기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26.8.23 [email protected]
그는 "솔직히 1군 올라갈 거라고 생각 못 하고 2군에서 타격 연습은 조금 덜 했다"고 털어놨다.
거짓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2015년 1군에 데뷔한 뒤 그의 자리는 늘 벤치 한쪽이었다.
가장 주전에 가까웠던 해가 2024년이고, 110경기 타율 0.243이었다.
2025년 시즌을 앞두고 구단과 6년 총액 10억원의 장기계약을 맺었으나 그해 62경기에서 타율 0.208에 그쳤고, 올해는 김건희와 김동헌에게 안방을 내주며 1군 구경조차 어려웠다.
퓨처스(2군) 리그에서조차 그의 시즌 성적은 타율 0.193, 3타점에 불과하다.
그에게 계약서의 '6년'이라는 숫자는 어느 순간 기대가 아니라 부채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이런 선수를 두고 흔히 '커리어가 꺾였다'고 말한다.
이 홈런은 김재현의 프로 통산 8번째 홈런이자, 2022년 5월 25일 LG 트윈스전 이후 1천551일 만의 홈런이었다.
그 세월 동안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9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키움 김재현이 끝내기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26.8.23 [email protected]
중계 카메라도 팬 시선도 닿지 않는 곳에서 마스크를 쓰고 계속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 시간의 끝에서, KBO리그 역사에 세 번밖에 없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야구는 공평하게 순번이 돌아오는 종목이다. 철저한 조연이었던 김재현에게 9회말 투아웃 만루라는 기회가 돌아간 것도 야구라서 가능한 일이다.
우리도 살다 보면 '타율 0.100'의 구간을 지난다.
나만 빼고 다들 자기 자리를 찾은 것 같고, 기회라는 게 올 것인지조차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김재현의 타구가 왼쪽 펜스를 넘어가던 순간, 이 경기를 보던 사람들은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했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하나는 남아 있고, 누구든 한 번은 주인공이 된다는 사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