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분석

스포츠 중계, 얼마나 알아듣습니까?

헌병대장 0 200 05.17 16:44

"재키 존스의 환상적인 아웃렛 패스에 의한 속공."

"픽앤롤 플레이에 의한 득점이 주를 이루고 있네요."

"2번째 일리걸 디펜스 입니다."

"백도어 플레이가 성공했네요."

"아웃 오브 바운즈로 공격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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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열거한 내용은, 요즘 방송되고 있는 프로농구 스포츠중계 방송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농구 팬들이나 관계자들은, 위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위의 말을 얼마나 많이 알아들을 지는 의문이다.

82년 프로스포츠의 출범은 한국 스포츠계의 양적, 질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특히 양적인 발전은 스포츠 중계 횟수의 증가와 직결되었다. 

그 후 위성 방송과 케이블 방송이 등장하면서, 하루에 두 게임씩 라이브스코어로 방송하는 방송사까지 생겨날 정도가 되었고, 프로농구의 경우에는 출범 직후, 리그의 절반 이상 게임이 TV를 통해 중계되었다.

중계방송의 양적인 증가는 질적인 증가로 연결되었다. 

프로야구 개막전 중계 당시 허구연 해설위원이 이종도 선수의 만루 홈런을 `호무랑`이 아닌 `홈런`이라는 단어로 중계를 했다. 80년대 분데스리가의 중계와 90년대 월드컵 붐과 NBA 붐을 타고 방송된 유럽 리그 중계 및 NBA 중계는 중계 방송의 기술적인 부분까지도 변모시켰다.

90년대 후반, 박찬호, 김병현 두 선수의 활약으로 방송된 메이저리그 현지 중계방송은 스포츠 팬들의 주의를 끌었고, 이는 국내 중계 방송에도 일정 영향을 미쳤다. 

외국의 수준급 경기를 중계함에 따라, 현지 리그 사정에 밝은 사람들이 중계 방송에서도 활약을 하게 되었다. 

MBC-ESPN의 송재우 해설위원이 그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국 리그의 중계는 무분별한 현지 용어의 유입으로 이어졌고, 특히 프로농구의 출범과 메이저리그 중계 횟수의 증가에 따라 영어의 사용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외국 유학 경험이 있는 문화방송의 허구연 해설 위원의 경우에는, 커브와 슬라이더를 통칭하는 말로 "브레이킹 볼"이라는 용어를 번역 없이 방송에서 사용한다.


메이저리그를 중계하는 3세대 해설위원(송재우, 차명석)들은 기존의 `제구`라는 용어를 세분화시킨 `로케이션`(투수가 던진 공이 최종적으로 들어가는 위치)과 `무브먼트`(공 끝이 흔들리는 정도)라는 단어를 여과 없이 중계방송에 사용하고 있다.

영어의 사용은 이 뿐만이 아니다. `포볼`이라는 기존의 일본식 용어를 과감히 버리고 `베이스 온 볼스`라는 용어가 최근에는 많이 쓰이고 있다. 우리말에 `볼넷`이라는 용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더 긴 용어인 `베이스 온 볼스`라는 용어를 써야할 이유가 없다.

한국방송의 유명한 한 아나운서의 경우에는 "숏(유격수) 잡아 1루로", "서드(3루수) 잡아 1루로"라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쓰고 있다. 우리말로 표현해도 무리 없는 경우까지 무분별하게 영어로 옮겨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외국어의 무분별한 사용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혼란을 주고 있다. 

외국어의 사용에 앞서 용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번 월드컵 때 축구를 좋아하게 된 많은 분들이 "업사이드"라는 잘못된 용어를 쓰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오프-사이드(off-side)"와 발음이 비슷해서도 그렇거니와 공격수가 최종 수비수를 앞서 나가는 반칙이기 때문에 "업(up)"이라는 단어가 더 그럴 듯하게 들리는 모양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배구 중계에 있어서 A속공, B속공, C속공을 의미하는 A퀵, B퀵, C퀵을 A킥, B킥, C킥으로 오해했던 시절도 있었다. 

또한 '히트 앤드 런'을 소리나는 대로 '히탠드런' 이라고 쓴 어린 시절도 있었다. 

이런 문제들은 체육 시간에 스포츠 용어를 제대로 지도할 수 없는 현실도 한 몫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기사 앞머리에 제시한 예들은, 체육 교과서에 등장하지 않는 농구 용어들이다. 

이러한 용어들을 한국어로 옮기는 것은 해설자들이 준비를 했어야 하는 것이다. 

한 방송사의 농구 해설위원은 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부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이들에게 경기를 중계하는 것이 목적인 아나운서들의 소극적인 역할도 한 몫 한다. 

어려운 중계 용어가 나오면, 시간이 날 때 반드시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 

야구 중계 방송에 있어서 자살, 보살 등의 용어는 시청자들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는 용어이지만, 중계 방송 도중에 시간이 나는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용어를 소개하지 않는다.

비인기종목의 중계방송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해당 종목의 용어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과는 비교하기 어렵겠지만, 스포츠 팬들마저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있다. 한국방송이 지난해 2월 농구 용어를 우리말로 많이 바꾸기로 했지만, 현장에서 사용되는 중계 용어는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김용 아나운서(전 문화방송)가 많은 중계 방송 용어를 우리말로 고친 이후, 일부 아나운서들을 중심으로 우리말로 중계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다행이다. 

리바운드를 튄공잡기, 어시스트를 도움주기, 드로우인을 던져 넣기, 블로킹을 가로막기, 히트 앤드 런을 치고 달리기 등으로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중계방송에서도 목격이 된다.

하지만, 중계 용어를 외국어를 자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배구 종목의 경우는 다행히도 우리말로 용어 번역이 상당히 잘 되어 있다. 

"후위공격, 가로막기, 밀어넣기" 등의 표현의 발달이 잘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어택, 블로킹, 페인트"등의 표현을 많이 쓰는 아나운서들도 있다.

외래어 사용이 필자가 제시한 야구나 농구 종목의 예에서만 많이 쓰이는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문화일보에 한 독자가 기고한 글을 보면 우리나라 축구 아나운서와 해설자들이 얼마나 외래어를 많이 쓰는 지 알 수 있다.

95년 12월 5일자 동아일보에서도 위와 같은 예를 지적하고 있다. 

"게임메이커로 리드를 잘한다, 욕심이 앞서다 보니 임팩트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공격에 대한 콤비네이션"등이 당시 기사에서 지적된 내용이다. 

이러한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은 자칫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줄 여지가 많다.

외래어가 잘못 사용되는 경우에도 시청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빠데루라 불리우는 벌칙은 "파르테르(par terre)"라고 쓰이는 것이 옳다. 

또한 농구의 턴오버는 아무런 설명 없이 사용되어, 패스 실수나 상대방 가로채기에 의한 공격수의 실수를 나타내는 기존의 의미보다는 모든 실책을 포함하는 뜻으로 확대해석 될 가능성이 많다.

외래어 오·남용도 큰 문제이지만, 특정 종목의 규칙을 자세히 알아야, 중계방송을 이해하는 문제도 있다. 

야구 중계에 있어서 자주 등장하는 "6-4-3 병살 플레이"등의 용어는 사실 야구팬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포지션을 나타내는 번호를 이해해야만 알 수 있는 경우이다. 전광판에 번호가 붙어 있어도 설명을 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또한 농구의 정형화 되어 있는 작전을 여과 없이 설명하는 경우들도 많다. 

`백도어 플레이`, `픽앤롤 플레이`, `아이솔레이션(isolation)` 등은 농구 매니아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작전이다. 

다행히도 `박스 아웃`같은 수비 작전들은 소개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작전 시간 직후에 소개해 주는 경우가 많다. 

농구 중계의 특성상 이러한 작전들을 길게 설명하기는 어렵겠지만, 짧게나마 설명을 해 주는 편이 좋을 듯 하다.

중계방송의 목적은 경기를 직접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경기 내용을 전달해 주기 위한 것이다. 시청자가 중계방송을 보고 들으면서,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거나, 잘못 이해하게 된다면, 그 중계방송은 일정 부분 실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중계방송의 양적인 증가 시대는 끝이 났다. 

중계 방송의 질적인 증가가 도모되어야 하며, 특히 중계 용어를 쉽게 하고, 우리말로 바꿈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중계방송으로 변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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