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돌아온 거장 이창동…"나도 좀 성숙해졌달까요"

    작성자 정보

    • 먹튀헌병대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김지연기자 구독 구독중
    이전 다음

    해고노동자·다큐감독 부부의 교차로 '가능한 사랑' 묻는 신작

    "맞서 싸우기 어려운 세상, 보통 사람의 삶을 구원하는 건 사랑"

    "삶에 변화 준 영화제…수상 기대보단 '어떻게 되겠지' 생각"

    '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
    '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베네치아=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저도 이 현장에서 좀 성숙해졌다고 할까, 그렇게 느꼈어요."

    8년 만의 새 장편 영화 '가능한 사랑'이 제83회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세계 최초 상영되기 하루 전인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만난 이창동(72) 감독은 이렇게 말하면서 미소 지었다.

    '박하사탕'(2000)에서 시작된 페르소나 설경구,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밀양'(2007)의 전도연 등 두 배우와 오랜 세월에 걸쳐 함께해온 촬영 현장을 되짚으면서다.

    상처 입은 해고 노동자 부부와 부유한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의 교차를 보여주는 '가능한 사랑'에서 감독과 두 배우는 다시 한번 사회의 격랑에 휩쓸려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의 삶을 처절하고도 우아하게 그려냈다.

    별도의 수식어가 필요 없는 거장 감독과 당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은 스크린에서 노련함의 집합체를 보여준다.

    "전도연 씨도 그렇고, 설경구 씨는 더 그랬는데 힘들었거든요, 옛날에는 촬영할 때. 그때는 배우와 감독으로서의 긴장을 저 스스로 느꼈던 것 같아요. 좀 더 잘해 보려고, 좀 더 어떤 한계까지 가려는 욕심 때문에. 이제 저도 나이가 들었고 많은 시간 뒤에 이 친구들을 다시 만나 '뭐 그렇게 완벽해질 것까지 있는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내가 할 수 없는, 내가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체득하게 된 거죠. 그러면서 오히려 그들이 제가 원하는, 제가 설계하고 하려고 했던 것, 그 이상의 것을 가지고 올 수 있다는 걸 새로 느끼게 됐고요."

    '가능한 사랑'에는 비교적 젊은 두 배우가 합류했다.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미옥(전도연) 부부의 삶을 다큐에 담으려는 감독 예지를 연기한 조여정과 예지의 금융 자본가 남편 상우 역의 조인성이다.

    이 감독은 이들을 "새로운 에너지를 현장에 제공해 준" 배우들이라고 소개했다.

    '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과 배우들
    '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과 배우들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예지는 대기업 정리해고 문제를 다루는 영화의 제작 지원을 받기 위한 문화재단 심사 중 '인공지능(AI)이 노동자를 대체하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주제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다. 예지는 '구조조정이 일상이 되는 시대라서 더 중요한 주제'라고 답한다.

    생성형 AI가 돌풍을 일으키기 한참 전인 10여년 전 이 감독은 해고 노동자 문제를 다루려다가 '굳이 극 영화로 만들 의미'를 찾지 못해 프리프러덕션(제작 준비) 단계에서 접었다. 그러나 불씨는 꺼지지 않았고 결국 장편 극 영화로 완성됐다.

    이 감독은 영화의 모티프가 된 사건을 "한 대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와 경제의 근본적 변화에 분기점이자, 노동을 포함해 우리의 일상 자체가 변화해 가는 이야기"로 해석했다. 이 영화를 만들 사회적 의미는 이후로 10여년간 커졌으면 커졌지, 전혀 작아지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극 영화로 만들 의미는 '버닝' 때부터 함께한 오정미 작가가 해고 노동자 부부와 영화감독 부부의 이야기를 연결하자고 제안하면서 찾기 시작했다.

    "그건 내 이야기일 수도 있기 때문에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죠. 저한테 의미를 찾을 수 있었고, 그다음에 관객한테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영화적으로도 해볼 만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다루고자 하는 삶과 나의 관계, '영화가 과연 얼마만큼 그 이야기를 다룰 수 있으며, 그들과 어떤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내가 그들을 얼마만큼 사랑할 수 있는지' 그 질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비로소 그 죽었던 프로젝트가 다시 살아난 거죠."

    실제로도 30년간 연출을 해온 70대 감독의 영화 속 네 주인공 가운데 감독과 곳곳에서 목소리가 겹치는 인물은 뜻밖에도 40대 여배우 조여정이 연기하는 예지다.

    '가능한 사랑'의 한 장면
    '가능한 사랑'의 한 장면

    [넷플리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예지는 본인 영화의 주인공인 호석과 미옥을 사랑해야만 한다고 믿는다. 예지는 이들 부부에게 다가가려 '메소드 연기'를 하고 있다는 남편 상우의 해석에 "나는 그 사람들을 사랑하려고 하는 거야"라고 항변한다. 동시에 감독으로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감추지는 못한다.

    "그런 태도와 마음을 가지지만, 과연 그게 가능한지 그렇게 말만 한다고 되는 건지, 그 마음의 밑바닥에는 그냥 그걸 이용해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이기적인 생각일 수도 있는 거고요. 예지 같은 다큐 감독은 어쨌든 정직하려고 노력할 테지만, 극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사실 그걸 그냥 소비해버리고 말기도 하거든요.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있든지 간에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사람들의 고통까지도 탐하면서 영화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소비하고 말기도 하죠."

    제목의 '가능한 사랑'에서 말하는 '사랑'에는 이렇게 촬영 대상에 대한 감독의 사랑도 포함된다. 남녀 간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을 넘어 일과 노동을 포함해 삶에서 경험하는 모든 사랑을 포괄한다는 게 감독의 뜻이다. 그 사랑 앞에 '가능한'이란 말을 붙인 이 감독에게 그런 사랑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인지 물었다.

    "네, 그러니까 믿고 싶죠, 가능할 수도 있다고. 저 같은 경우는 다른 감독하고 어쩌면 좀 다를지도 몰라요. 걸리지 말아야 될 병에 걸렸다고 할까요 (웃음) 사실 그런 의심을 안 해도 되거든요. 그런데 나는 그런 의심을 하게 돼 버렸어요. 쓸데없이 영화를 잘 못 만들기도 하고 쓸데없이 계속 의심하니까 그런데 어쩔 수 없어요, 이게 나니까."

    사람의 삶과 인간의 심리를 깊고 길게 들여다보는 거장 감독의 고민이 묻어있는 답이다. 그래도 사람과 삶을 사랑할 가능성을 믿어보자고 관객에게 말을 거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결국 10여 년 전 덮어뒀던 이야기에서 '극 영화로 만들 의미'를 찾아내 완성한 이유로 연결된다.

    "'사랑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영화를 만든 사람의 질문일 수도 있지만, 우리 모두 보통 사람들의 질문이기도 해요. 세상이 이렇게 변화해 가고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구조 속에 나의 삶이 들어가 버렸는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맞서서 싸울 수가 있을지 생각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들의 삶을 구원해 주는 것은 다른 인간과의 사랑이 아닐까 하는 거죠. 우리 영화 속에서는 상처받으며 같이 살아온 부부일 거고요. 그런 사랑이라도 있으니까 우리가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겠죠."

    영화 '가능한 사랑'
    영화 '가능한 사랑'

    [넷플리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가능한 사랑'은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놓고 경쟁한다. 2012년 고(故)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지난해 13년 만에 초청된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수상이 불발됐다.

    이 감독이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건 2002년 '오아시스'로 감독상과 신인배우상(문소리), 국제비평가연맹(FIPRESCI)상 등을 품에 안은 이후로 24년 만이다.

    이 감독은 영화제 심사가 스포츠 대회와 같이 점수를 매기는 체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수상은 운'이라면서도 부담감이 없지는 않다고 털어놓았다.

    "'오아시스'는 당시에 논쟁적이었고 영화라는 매체로 관객과 얼마나 소통할 수 있을지 시험이랄까,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여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굉장히 궁금했고 긴장했어요. 베네치아에서 반응이 제 기대보다 훨씬 뜨거웠기 때문에 저한테는 좋은 기억의 영화제고요. 어떻게 보면 제 인생에 기대하지도, 생각하지도 않았던 변화를 주기도 했죠. 그때 상을 받지 않았다면 공직(문화부 장관)에 잠깐 나가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그게 좋다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계기가 됐던 영화제이기 때문에 좀 감회가 다르죠. 지금은 기대라기보다는 '어떻게 되겠지, 안 되면 또 그걸 받아들여야지' 그렇게 생각해요."

    '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
    '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11,477 / 1 페이지
    공지
    리그별 팀순위
    레벨 랭킹
    포인트 랭킹
    • 스텔스
      LV. 8
    • 가자아
      LV. 4
    • 강호라니
      LV. 4
    • 4
      빡빡이
      LV. 3
    • 5
      히딩크
      LV. 3
    • 6
      묵반나편
      LV. 2
    • 7
      임평정도
      LV. 2
    • 8
      택양엄편
      LV. 2
    • 9
      천진신제
      LV. 2
    • 10
      열훔훔만
      LV. 2
    • 스텔스
      81,200 P
    • 가자아
      16,800 P
    • 강호라니
      14,500 P
    • 4
      빡빡이
      12,400 P
    • 5
      히딩크
      8,100 P
    • 6
      여우눈
      6,000 P
    • 7
      등억골
      5,100 P
    • 8
      진실의방으로
      4,200 P
    • 9
      묵반나편
      3,300 P
    • 10
      찬충뜸신
      3,300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