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장애인도 영화 즐길 권리…상영관 화면해설·자막 제공해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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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등 3사 상대 소송 10년만에 결론…"장애인에 편의 미제공은 차별"
'300석 이상·횟수 3%' 제한 2심 파기환송…"사업자 부담 과도 고려"
대법 최초 '이지리드' 판결문…쉬운 글과 시각자료로 판결 의미 설명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대법원이 영화관에서 시·청각 장애인에 화면해설과 자막을 제공해야한다고 판결한 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차연) 관계자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판결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6.9.3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이의진 기자 = 영화관 사업자들이 시각·청각 장애인에게 화면해설과 자막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 차별행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2심이 차별행위를 인정하면서도 구제조치로 화면해설·자막 제공을 '좌석 수 300석 이상 상영관에서 전체 상영 횟수의 3%'로 제한한 것은 "사업자의 재정적 부담만을 과도하게 고려한 것"으로 잘못됐다며 다시 살펴보라고 판결했다.
소송이 제기된 지 10년 6개월 만에 나온 대법원 결론이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대법원이 영화관에서 시·청각 장애인에 화면해설과 자막을 제공해야한다고 판결한 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차연) 관계자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판결 관련 기자회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김모씨 등 시각 장애인 2명과 청각 장애인 2명이 CJ CGV·롯데컬처웍스·메가박스중앙을 상대로 낸 차별구제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2심이 영화관 사업자의 화면해설·자막 제공 의무를 인정하면서도 상영횟수·상영관 범위 기준을 중첩 적용해 편의 제공 범위를 제한한 것은 "사업자의 재정적 부담만 과도하게 고려한 것"이라며 다시 판단하라고 밝혔다.2026.9.3 [email protected]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3일 김모씨 등 시각 장애인 2명과 청각 장애인 2명이 CJ CGV·롯데컬처웍스·메가박스중앙을 상대로 낸 차별구제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단해 원심판결을 깨고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화면해설·자막, 그 수신기기 등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금지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장애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사회·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 조치가 요구된다"며 "헌법이 개인과 기업의 재산권·경제상 자유 등을 보장하더라도 일정한 범위에서 이런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영화관 사업자들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이 제공되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영화'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특히 2심이 차별행위를 인정하면서도 그에 따른 편의제공 의무는 상영 횟수와 상영관의 범위 기준을 중첩 적용해 제한적으로 인정한 것은 잘못됐다고 봤다.
앞서 2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2021년 11월 "좌석 수 300석 이상의 상영관 등에서 전체 상영 횟수의 3%에 해당하는 횟수로 자막과 화면 해설을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특정 영화를 100회 상영하면 3회만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면 된다는 것이다.
모든 관객이 참여하는 개방형 상영방식뿐 아니라 화면해설·자막이 필요한 이들에게만 수신기기가 제공되는 폐쇄형 상영방식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이를 초과할 경우 영화관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생길 수 있단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원심이 개방형과 폐쇄형 상영방식 각각에 상영 횟수와 상영관의 범위 기준을 중첩적으로 적용한 것은 피고들의 재정적 부담만을 과도하게 고려한 것에 해당해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심이 장애인들의 정보 접근권과 영화 향유권 보장, 영화관 사업자들의 재산권 또는 경제상의 자유라는 상충하는 이익을 제대로 비교·형량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원심은 비장애인에게도 영화 관람 방식의 변화로 과도한 혼란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장애인에 대한 문화적 차별 철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기준은 무엇인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해 사업자들의 재정적 부담을 줄일 수단은 없는지 등도 함께 살폈어야 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를 다시 판단하라며 2심 법원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김씨 등은 CJ CGV 등 멀티플렉스 3사를 상대로 "상영하는 모든 영화에 대해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제공해달라"고 2016년 2월 소송을 냈다.
이듬해 12월 서울중앙지법은 1심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1심은 피고들이 시각장애인에게 화면해설을, 청각장애인에게 자막을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또 화면해설이나 자막이 제공되는 영화의 상영정보를 웹사이트로 안내하고, 상영관에서는 점자자료나 큰 활자로 확대된 문서, 한국 수어 통역이나 문자 같은 필요 수단을 제공하라고 했다.
2021년 11월 2심을 맡은 서울고법도 차별행위를 인정했지만, 1심보다는 편의제공 범위를 줄였다.
장애인 단체는 판결 선고 뒤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재왕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변호사는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이 보고 싶은 영화를 원하는 시간에 보는 당연한 권리를 인정받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이들의 문화향유권을 하나의 권리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판결 의미가 있다"며 반겼다.
문태진 한국농아인협회 서울시회 상임이사는 수어로 "한국 영화가 개봉하는 날 직접 가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한 달 뒤 음성이나 자막 해설이 붙은 영화를 봐야 한다"며 "이런 게 차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룡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장도 "우리 시청각 장애인들은 (영화에 대한) 접근성이 아주 미흡하다. 우리도 연인, 가족, 친구와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림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법원 선고에서는 최초로 '이지리드'(easy-read·읽기 쉬운) 판결문이 제공됐다.
원고가 장애인임을 고려해 판결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명한 글과 시각자료 등으로 구성했다.
이지리드 판결문에는 "서울고법은 영화관에 ①, ②와 같은 방식으로 차별을 고치라고 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자막과 화면해설을 매우 조금만 제공하게 됩니다"라고 기재됐다.
또 "장애인도 영화를 즐길 권리가 있습니다. 영화관도 자유롭게 운영할 권리가 있습니다. 법원은 장애인의 권리와 영화관의 사정을 모두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영화관의 비용만 너무 많이 생각했습니다."라며 서울고법 판결을 다시 돌려보내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선고에는 또 청각장애인과 청각·언어장애인인 원고들을 위한 수어통역이 지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