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광' 류승룡 "눅눅한 인생에 빛이 드는 여정…밀도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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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 구하려는 야구선수 중구 역…"감독님 손 편지에 출연 결정"

    '김부장'으로 백상예술대상…"선물 같은 작품, 배우로서 보람"

    영화 '비광' 배우 류승룡
    영화 '비광' 배우 류승룡

    [플레이그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영화 '비광'에 등장하는 중구(류승룡 분)의 가족들은 궁상맞다.

    모피코트를 비롯해 화려한 문양과 색이 있는 옷을 갖춰 입었지만, 유행에서 한참 벗어나 있어 어딘지 모르게 어긋났다고 느끼게 한다.

    화려했던 과거에 멈춰있는 듯한 인상은 극 중 야구선수 중구의 몰락에서 비롯됐다. 꼴찌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톱스타 남미(하지원)와 결혼하며 인생의 절정을 누리던 중구는 사생아인 딸 동주(김시아)가 등장하면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중구의 어머니가 머무는 곳도 고층 아파트에서 언덕을 한참 올라가야 나오는 집으로 바뀌었다.

    각자 초라한 삶을 살던 중구네 가족은 동주가 살인범으로 지목되면서 8년 만에 뭉치게 된다. 중구네 가족이 동주를 구하는 여정은 그들 자신도 바꿔놓는다.

    2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비광'의 주연 류승룡은 "눅눅한 인생에 밝은 빛이 들어오는 과정이 작품에 담겨 있는 것 같다"며 "밀도 있는 클래식한 영화 한 편을 보신 느낌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광'은 한때 톱스타였던 중구·남미 부부를 비롯한 가족들이 사건에 휘말린 딸 동주를 구하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다. 개구리 그림이 그려진 동명의 화투패에서 제목을 땄다.

    영화 '비광'
    영화 '비광'

    [플레이그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류승룡은 영화 '7번방의 선물'(2013), 드라마 '무빙'(2023) 등에 이어 다시 한번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그는 아버지 역할을 많이 연기했다는 생각에 처음엔 출연 제안을 거절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움직인 건 작품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이지원 감독의 손 편지였다. 출국하기 전 편지를 받게 된 류승룡은 비행기에서 그것을 읽고 출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류승룡은 "감독님의 편지가 제 마음을 움직였다"며 "'비광'을 왜 만들게 됐고, 나와 왜 하고 싶은지 다섯 장 분량에 적혀 있었는데 눈물자국도 있었다. 그것에 내 마음도 번져버렸다"고 웃음 지었다.

    무더운 여름날 진행된 촬영 현장은 쉽지 않았다. 특히 동주를 구하기 위해 순댓국집에서 깍두기 국물을 스스로 붓는 장면이 가장 어려웠다고 류승룡은 떠올렸다. 꼼꼼한 이 감독이 매운 고추씨와 무즙, 까나리 액젓으로 실제 깍두기 국물을 준비했다고 한다.

    영화 '비광' 속 장면
    영화 '비광' 속 장면

    [플레이그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류승룡은 "부은 국물이 눈썹 사이를 타고 눈으로 내려왔다"며 "물파스를 분무기에 넣고 눈에 쭉쭉 뿌리는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류승룡이 아픔에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하자 한 번 더 촬영이 진행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한 장면은 극 중 동주를 위해 헌신하는 중구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류승룡은 전날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자 깍두기 장면을 비롯해 당시 촬영했던 순간들이 4D처럼 생생히 다가왔다고 했다.

    그는 "힘들었다는 것과 함께 '정말 진심을 다했다'는 것을 느꼈다"며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과물이 시나리오를 읽고 촬영할 때 상상했던 그대로여서 소름이 끼쳤다"며 "감독님이 '영혼을 갈아 넣었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 '비광' 속 장면
    영화 '비광' 속 장면

    [플레이그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류승룡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로 지난 5월 열린 제6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방송 부문 대상을 거머쥐었다.

    류승룡은 "50대 중년 남성의 이야기는 정통 사극 아니면 잘 볼 수 없다"며 "진정한 가치와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때 고맙게도 그 작품이 선물처럼 찾아왔고 많이들 좋아해 주셨다. 배우로서 정말 보람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이야기의 힘이 느껴지는 작품을 선호한다며 앞으로도 그런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지금은 '무빙' 시즌2를 촬영하고 있다.

    "칸영화제에서 상 받은 이란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2025)을 완전히 집중해서 봤는데 제작비를 10억원밖에 안 들였다고 하더라고요. 컴퓨터그래픽(CG)보다는 이야기와 상상의 힘인 거죠. 앞으로 이런 작품을 선호할 것 같아요. '비광'도 제 젊은 시절 피부 정도만 CG예요. (웃음)"

    영화 '비광' 배우 류승룡
    영화 '비광' 배우 류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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