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급습부터 회사 탈출까지…유튜브 사로잡은 '날것'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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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예능에 피로감…소소한 일상 담은 브이로그 콘텐츠 인기
부담 없는 '밥 친구' 시청 패턴 확산…"TV와 유튜브 역할 분화"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자극적인 예능과 가공된 세계관이 넘쳐나던 유튜브 생태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인위적인 연출에 피로감을 느낀 시청자들이 카메라 뒤 연예인들의 가식 없는 날것의 일상에 호응하면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해방감을 주는 일상 탈출형 브이로그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코미디언 이용주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용쥬르이용주'의 '선민이네 급습' 시리즈는 그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새벽 4시에 잠든 동료 코미디언 이선민의 집에 예고 없이 찾아가 몰래 고기를 구워 먹거나, 갑작스레 정동진 일출을 보러 떠나는 등 예측 불가능한 일상을 담아낸 이 콘텐츠는 최고 260만회 이상의 누적 조회수를 올렸다.
성인 남성 세 명이 초등학생처럼 순수하게 장난치며, 일상에서 벗어나 예측 불가한 행동을 일삼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편안한 웃음을 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청자들은 "이선민 집에 쳐들어갈 때마다 내가 다 설렌다", "사람 냄새 난다", "대학 시절 친구 자취방에 놀러 가는 느낌"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최근 전국적으로 '거제 야호' 붐을 일으키며 대세로 부상한 걸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의 개인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이하 안원잘부) 역시 걸그룹답지 않은 편안한 매력으로 개설 6개월 만에 구독자 166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원이가 일본인 멤버 미나미와 함께 경남 거제의 한 바닷가에서 낚시하고, 동네 이웃에게 치킨을 얻어먹는 등 소탈한 모습을 담은 '갸루와 거제에 왔습니다(거제 1편)' 영상은 누적 조회수 1천만회를 넘겼다.
코미디언 이은지의 '째브러' 코너 역시 '소소한 일상 탈출'을 소재로 최고 77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서서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은지가 소속사 막내 PD와 함께 회사를 몰래 빠져나와 동묘, 한강, 막내 PD의 고향인 창원 등으로 무작정 떠나는 여정을 담은 이 콘텐츠는 팍팍한 직장 생활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대리 만족과 해방감을 주며 화제를 모았다.
그룹 에픽하이의 공식 유튜브 채널 역시 단순한 음원 공개 채널의 수준을 넘어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담은 콘텐츠로 사랑받고 있다.
가위바위보, 술래잡기 등 간단한 게임에 목숨을 걸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티격태격하며 '아무말 대잔치'를 이어가는 등 데뷔 20년을 넘긴 베테랑 뮤지션들이 보여주는 '필터 없는 현실 절친 케미스트리(호흡)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현대인들의 사회적 피로도 증가와 가벼운 시청 패턴 확산이 이러한 일상 콘텐츠 선호 추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세상이 너무 각박해지고 현대인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재미로 보는 예능 콘텐츠조차 집중해서 볼 에너지가 부족해진 측면이 있다"며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부담 없이 밥을 먹으면서도 틀어 놓을 수 있는 가볍고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찾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디어 플랫폼 간 역할 분화가 명확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청률과 수익 확보를 위해 철저한 기획과 콘셉트를 필요로 하는 예능은 TV 방송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중심으로, 연예인들의 소탈한 모습으로 공감대를 자극하는 일상 콘텐츠는 유튜브 채널로 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강한 캐릭터와 콘셉트 기반의 상황극 등 검증된 콘텐츠는 방송과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고, 유튜브는 편안하게 '밥 친구'처럼 틀어놓고 보는 일상 공유형 영상으로 역할 분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