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너무했다'로 끝낼 문제일까…조현병 가족사 다룬 日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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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 인터뷰
"25년간 집에만 있던 조현병 누나…현실에선 아직 이런 일 벌어져"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어떻게 해야 했을까?'가 일본에서 개봉한 이후 '부모님이 너무 심했다'는 반응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 문제의 결론을 부모님에게서만 찾는 게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조현병을 앓던 친누나와 가족의 삶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의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은 가족사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하면서 부모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29일 서울 동작구 엣나인필름 사무실에서 만난 후지노 감독은 "현실에선 아직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다들 알아줬으면 하는 생각에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연출 계기를 설명했다.
이날 개봉한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후지노 감독의 친누나가 1983년 처음 조현병 증상을 보인 뒤 집에 갇혀 보낸 25년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후지노 감독의 양친은 모두 의사였는데, 딸이 갑자기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지르거나 맥락에 맞지 않는 혼잣말을 하는 상황이 이어져도 조현병 발병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들은 병원에 가는 대신 집에서 딸을 돌본다.
후지노 감독의 누나는 2008년에야 병원에서 조현병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2021년 암으로 사망했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딸이 치료받을 기회를 박탈한 비정한 부모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당시 시대상과 의료계 현실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후지노 감독은 "한 80대 정신과 의사인 관객이 영화를 본 뒤에 '부모님의 판단이 맞았다. 당시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을 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1980년대 일본 의료 여건상 조현병의 치료 방법이 마땅치 않았고,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에 관한 뉴스 보도도 많아 부모로서는 딸을 병원에 보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후지노 감독은 "부모님은 직접 (누나를) 고쳐보려 한 것 같다"며 "언젠가 누나가 호전될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에는 병원보다 집에서 생활한 환자의 예후가 더 좋았다는 연구도 있었다"며 "가족들이 집에서 누나를 인간적으로 대우했기 때문에 병원보다는 집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돌아봤다.
내밀한 가족사가 담긴 만큼 영화를 세상에 공개하기까진 긴 고민의 시간이 이어졌다.
후지노 감독은 "개봉이 결정된 뒤 매일 밤 자다가 깜짝 놀라 깨곤 했다"며 "혀를 깨물어 입 안에 상처가 생길 정도로 긴장했고, 영화를 관객에게 보여드리기 전까지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 지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다른 가족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다고 한다.
그는 "누나에게 미안하단 감정이 많이 들지만, 이미 누나는 돌아가셨다"며 "앞으로 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2024년 12월 일본에서 먼저 개봉한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도쿄의 대표적인 독립예술영화관 포레포레 히가시나카노에서 55회 연속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선 지난해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재팬무비페스티벌: 로그인_일본 인디시네마', 무주산골영화제 등을 통해 관객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