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년 뛰어넘은 호메로스와 크리스토퍼 놀런의 합작…'오디세이'
작성자 정보
- 먹튀헌병대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0 조회
- 목록
본문
기원전 8세기 고전 '오디세이아' 원작…트로이 전쟁 후 오디세우스의 귀향길
맷 데이먼·앤 해서웨이·톰 홀랜드·젠데이아 주연…신화 속 인간성에 초점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은 캐스팅 소식은 물론 예고편의 한 장면이나 포스터 한 장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오가는 화제작이 된다.
관객들은 '인셉션'(2010), '인터스텔라'(2014) 등 전작으로 대표되는 놀런 감독 특유의 웅장한 스케일과 영화적 체험에 큰 기대감을 갖고 영화관을 찾기 마련이다.
놀런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는 그런 기대감을 십분 충족하는 영화다.
'오디세이'는 기원전 8세기에 쓰인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원작으로 했다.
트로이 목마 작전을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맷 데이먼 분)가 전쟁에서 이긴 뒤 고향인 이타카 왕국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여정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트로이 전쟁은 승리로 끝났지만, 전쟁 자체에 10년이 걸린 데다 바닷길을 통한 귀향도 위기의 연속이라 오디세우스 왕은 쉽사리 이타카 왕국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왕의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 길어지자 이타카 왕국은 왕비 페넬로페(앤 해서웨이)와 결혼해 빈 왕좌에 앉으려는 구혼자들로 혼란에 빠진다.
갓난아기 때 아버지와 헤어진 왕자 텔레마코스(톰 홀랜드)는 혼란한 정국에 대한 분노가 들끓지만 자기보다 강한 구혼자들을 제압할 힘도 권력도 없다.
영화는 이타카 왕국에 남겨진 모자가 겪는 씁쓸한 상황과 오디세우스의 척박한 귀향길, 트로이 전쟁의 생생한 모습을 자연스레 교차해 보여준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출정에서 전쟁 종료까지 10년, 이후 귀환 과정까지 또 10년에 이르는 긴 시간이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로 지루함 없이 이어진다.
오디세우스와 병사들이 탄 귀향선은 외눈박이 거인의 동굴,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사자와 호랑이, 표범 등 동물들이 마치 동물원처럼 기이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섬 등 수많은 기항지를 거친다.
오디세우스와 병사들이 트로이 목마 안에 숨어 몇 날 며칠을 버티다 때를 노리고 빠져나와 트로이 성을 함락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 중 하나다.
캄캄한 밤, 횃불에만 의지해 화살과 창, 단검으로만 싸우는 청동기 시대의 전투는 폭발적인 무기가 없어 더 격렬하고 치열하게 느껴진다.
북소리와 징 소리가 섞인 듯한 음악은 전투 장면의 긴장감과 속도감을 몇 배로 끌어 올린다.
'테넷'(2020), '오펜하이머'(2023)에 이어 놀런 감독과 세 번째로 함께 작업한 루드비히 고란손 음악감독은 영화의 생동감을 높이기 위해 고대 악기인 리라와 아울로스 등을 활용해 음향 작업을 했다고 한다.
컴퓨터그래픽(CG)을 최소화하고 그리스와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스코틀랜드, 미국 등 세계 곳곳의 장엄한 자연을 배경으로 촬영한 것도 현실감을 더한 요인이다.
특히 '오디세이'는 영화 역사상 최초로 전편을 아이맥스(IMAX) 필름 포맷으로 촬영했고, 91일간의 촬영 기간 총 210만 피트(약 640km)에 달하는 필름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놀런 감독은 자연 현상을 신의 의지로 해석했던 고대인의 감각과 경험을 관객들이 극장에서 체험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 이번 작품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스 로마신화를 배경으로 하지만, 배경지식 없이 영화 안에 나오는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전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놀런 감독은 각 인물의 관계도나 역사적 맥락보다는 현대 관객의 시선으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인 고민에 초점을 맞췄다.
오디세우스는 뛰어난 지략가이자 병사들을 아끼는 왕이고, 동시에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만나러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남자다. 전쟁의 승리를 위해 전략을 짜냈지만, 트로이 목마 작전이 먹혀들며 이어진 끔찍한 살육의 현장에서는 인간적인 고뇌를 느낀다.
맷 데이먼은 인간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신들에게도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패기와, 작은 동물 한 마리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섬세함을 동시에 지닌 오디세우스를 입체적으로 묘사해냈다.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페넬로페는 왕의 자리를 노리는 구혼자들을 경멸하고 혐오하면서도 감정을 억누르며 지혜롭게 남편을 기다리는 강인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페넬로페가 느끼는 분노와 슬픔, 억울함, 두려움 등 수많은 감정은 구구절절한 대사보다 떨리는 얼굴 근육과 눈빛, 앙다문 입술 모양으로 더욱 선명하게 전달된다.
오디세우스의 여정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는 수호자이자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는 젠데이아가 연기했다. 아테나는 신화와 역사가 섞인 '오디세이'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축을 담당한다.
트로이 전쟁의 씨앗이 된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는 영화 '블랙 팬서'(2022), '어스'(2019) 등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 루피타 뇽오가 소화했다. 루피타 뇽오는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등장하는 헬레네를 아름다움과 강인한 주체성을 가진 여성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8월 5일 개봉. 172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