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희 "허남준과 서로 믿고 기대며 연기…베스트커플상 받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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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멋진 신세계'서 비서실장 손재한 역 맡아 감초 연기
다작 행보에 '명품 조연' 수식어…"20년 버틴 힘은 '가족'"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멋진 신세계' 속 손재한 비서실장은 일반적인 비서와는 느낌이 달랐어요. 상사 앞에서도 할 말을 다 하는 손 실장의 모습은 제가 연기를 하면서도 통쾌하더라고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윤병희는 최근 화제 속에 종영한 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에서 자신이 맡은 손재한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며 웃었다.
'멋진 신세계'는 희대의 조선 악녀 영혼이 빙의된 무명 배우 신서리(임지연 분)와 악질 재벌3세 차세계(허남준)의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물로, 윤병희는 극 중 차세계의 든든한 오른팔이자 프로페셔널한 비서실장 손재한 역을 맡아 신 스틸러로 맹활약했다.
앞서 드라마 '빈센조'에서 맡았던 법무법인 사무장 역할부터 조선족, 형사, 노숙자, 무당, 대기업 홍보팀장 등 안 해본 역할이 있을까 싶은 그이지만, 비서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비서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작은 대사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극 중 가장 많이 외쳤던 '대표님'이라는 한 마디가 중요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셨을지 모르겠지만 손 실장은 차세계가 부를 때마다 대답 대신 '대표님'이라고 답한다"며 "극 중 차세계가 손 실장에게 많이 의지를 하고 있는 만큼, 저도 이 짧은 단어 안에 '또 무슨 일이세요', '일단 진정하세요' 등 여러 의미를 내포해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윤병희가 연기한 손 실장은 실제 회사에 한 명쯤 있을 법한 현실적인 직장인의 모습을 대변하면서도, 상사와의 기 싸움에서 지지 않는 '사이다' 발언과 생활밀착형 코믹 연기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손 실장이 길 한복판에서 벌어진 신서리와 차세계의 '꽃 싸움' 장면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모습이나, 병원에서 세계와 서리의 스킨십을 목격하고 급히 뒤돌아 나가는 장면 등은 현장에서 탄생한 그의 애드리브였다.
윤병희는 작품에 감칠맛을 더하는 자연스러운 애드리브의 비결로 '철저한 대본 숙지와 리허설'을 꼽았다.
"평소 대본을 두 번, 세 번 읽으며 캐릭터를 미리 구축해 가는 편이에요. 하지만 애드리브는 정말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이라서 저도 제어가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리허설을 할 때 집중하고, 감독님께 제가 과하면 잡아달라고 미리 말씀을 드리기도 해요."
윤병희는 진지와 코믹 사이에서 캐릭터의 완급 조절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손 실장에게는 자칫 '무슨 비서가 저래'라는 반응을 얻을 만한 대사와 상황들이 많았다"며 "회사 업무를 볼 때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줘야, 그 외적인 상황에서도 '그래도 일은 잘해, 비서는 저럴 수 있지'라고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베스트 커플상 후보'로 언급될 만큼 호평을 받은 허남준 배우와의 찰떡 호흡에 대해서는 온전히 공을 상대 배우에게 돌렸다.
"손 실장으로 현장에서 온전히 즐겁게 연기할 수 있었던 건 남준이 덕이 컸어요. 카메라 밖에서 편하게 이야기 나누며 신뢰를 쌓은 덕에, 서로 어떤 연기를 하든 믿고 기댈 수 있었죠. 극 중 커플은 아니었지만, 베스트 커플상을 진짜로 주신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네요."
2007년 연극 '시련'으로 데뷔한 그는 올해 벌써 데뷔 20년째를 맞이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21세기 대군부인', '오늘도 매진했습니다', '멋진 신세계'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눈코 뜰 새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에게도, 오랜 무명 시절의 기억은 여전히 가슴 한구석에 무겁게 자리 잡고 있다.
윤병희는 "내가 이 업을 선택해 가족들이 고생한다는 생각에 너무 괴로웠는데, 지금은 가족들의 힘을 받아 여전히 이 일을 하고 있다"며 "대중에게 인정받는 배우도 중요하지만, 가족들에게 행복을 주는 아빠이자 남편이 되는 게 단역 때부터 변치 않는 목표"라고 말한 뒤 가족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드라마와 영화 등 장르를 넘나들며 '명품 조연'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그의 현실적인 다음 목표는 '익숙한 연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잘할 수 있는 색깔의 연기를 넘어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다.
윤병희는 "'멋진 신세계' 마지막 회 대본을 읽다가 '딱 한 걸음 용기가 결국은 살게 한다'는 대사에 한참을 멈춰 서 있었다"며 "이 작품을 사랑해 주신 시청자분들도 그 한 걸음의 용기를 통해 어제보다 오늘이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며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