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 윤고은 "라디오 대본 뒷면에 소설 써…두 세계는 한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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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윤고은의 북카페' 7주년…바른 방송언어 특별상 수상

    신작 '테니스 나무' 출간…"출퇴근길 일상이 영감의 원천"

    EBS '윤고은의 북카페' 윤고은 소설가
    EBS '윤고은의 북카페' 윤고은 소설가

    [E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낮에는 라디오 부스에서 헤드폰을 낀 채 청취자들과 활발하게 호흡하고, 밤에는 홀로 책상에 앉아 고요히 문장을 다듬는다.

    낮에는 라디오 진행자, 밤에는 소설가로 7년 넘게 '이중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소설가 윤고은의 일상이다.

    최근 경기 고양시 EBS 사옥에서 만난 윤 작가는 "7년 전 처음 마이크 앞에 앉았을 땐 8차선 도로에 나온 초보 운전자의 심정이었다"며 "지금은 스튜디오가 피부처럼 편안한 공간이 됐다"고 웃어 보였다.

    그가 진행하는 EBS 라디오 '윤고은의 EBS 북카페'는 지난 26일 방송 7주년을 맞았다. 얼마 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올해 상반기 '바른 방송언어 특별상'을 수상하는 겹경사도 누렸다.

    "소설로 받는 상은 기쁨을 오롯이 혼자 느끼지만, 방송으로 받는 상은 제작진·청취자들과 한 마음으로 노를 저어 거대한 배를 움직인 느낌이라 더 경이롭고 선물 같았어요."

    2019년 8월 26일 첫 방송을 시작한 '북카페'는 매일 2시간 동안 소설·시·산문 등 다양한 도서를 소개하는 독서 큐레이션 프로그램이다. 책 내용에 맞춘 섬세한 선곡으로 몰입감을 높이는 것은 물론, 작가를 직접 초대해 나누는 집필 비하인드 토크, 청취자의 자작시를 시인과 함께 감상하는 참여형 코너까지 다채롭게 꾸려진다.

    '북카페' 윤고은 "라디오 대본 뒷면에 소설 써…두 세계는 한몸" - 2

    윤 작가는 매일 소개할 책을 직접 완독한 뒤 마이크 앞에 앉는다. 전문 방송인이 아닌 동료 창작자이자 독자의 시선으로 다가가는 것이 그만의 차별점이다.

    그는 "작가들은 대화를 해보면 자신의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알 수밖에 없다"며 "작가들이 '진짜 내 책을 읽어준 사람'과 선물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청취자들과 두텁게 쌓아온 연대는 7년간 프로그램을 지탱해 온 버팀목이다. 실제 방송을 듣고 글쓰기에 용기를 얻어 책을 출간한 청취자가 열 명이 넘고, 청취자들끼리 인연이 닿아 결혼에 이른 사례도 있다고 윤 작가는 소개했다.

    연출을 맡은 강영숙 PD는 "윤 작가는 낭독할 때 음절 하나에도 온 정성을 쏟고, 오랜 청취자들의 사연 히스토리까지 꿰고 있다"며 "제작진 입장에서 이런 진행자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라고 치켜세웠다.

    윤 작가에게는 라디오를 진행하며 마주하는 모든 일상이 곧 소설의 자양분이다. 왕복 3시간의 지하철 출퇴근길 풍경부터 스튜디오에서 만난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대화, 생방송 중 우연히 스친 모니터 배경 화면까지 모두 영감의 원천이 된다.

    윤 작가는 소설 작업과 라디오 진행은 서로 다른 세계이면서도 '한 몸'이라고 했다.

    "라디오가 끝나면 대본을 집에 가져가 그 뒷면에 소설을 인쇄해요. 어느 날 보니 그 이면지 한 장이 지난 7년간의 제 삶을 고스란히 요약하고 있더라고요. 앞뒤를 뗄 수 없는 이면지처럼 두 세계가 완전히 '한 몸'인 셈이죠."

    EBS '윤고은의 북카페' 윤고은 소설가
    EBS '윤고은의 북카페' 윤고은 소설가

    [E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1년 장편 소설 '밤의 여행자들'로 아시아 작가 최초 영국 대거상(번역추리소설 부문)을 거머쥐었던 그는 본업인 소설가로서의 발걸음도 쉬지 않는다.

    다음 달 초 출간을 앞둔 윤 작가의 열 번째 소설 '테니스 나무'는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단 1㎞ 앞둔 41㎞ 지점에서 돌연 역주행을 시작한 주인공의 행적을 좇는 이야기다.

    그는 "'이 질주하는 시대에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소설"이라며 "역주행은 너무나 의아한 행동이지만 인간은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있는 존재고, 때로는 그런 무용해 보이는 선택만이 온전히 나를 설명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그동안 독특한 발상과 사회 풍자로 평단의 주목을 받아온 윤 작가가 처음으로 본격적인 '사랑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소설이기도 하다.

    그는 "사회적 풍파와 완전히 분리된 낭만적인 로맨스라기보단,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속 희생양이 된 개인의 표정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피어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윤 작가는 앞으로 '북카페'가 청취자들의 기억 속에 오래 머무는 '나무' 같은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훗날 '북카페'를 떠올렸을 때 '나의 한 시절이 그 안에 있었다', '이 방송을 들으며 성장했다'고 기억해 주신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아요. 파도처럼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유행의 흐름과 상관없이 늘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 같은 프로그램으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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