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데이아·로버트 패틴슨 커플의 예측불허 혼돈…'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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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직전 드러난 연인의 충격적 과거…로맨스와 블랙코미디의 변주
도덕성과 용서 둘러싼 딜레마…영화 끝난 뒤 무수한 이야깃거리 남겨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결혼을 앞둔 엠마(젠데이아 분)와 찰리(로버트 패틴슨) 커플은 최상의 짝꿍처럼 보인다.
두 사람 사이에는 시도 때도 없이 시작되는 상황극과 둘만 아는 농담,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라는 확신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터진다. 결혼식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가까운 친구 부부와 가볍게 시작한 진실게임이 화근이 됐다.
'살면서 저지른 가장 최악의 일'을 털어놓는 자리에서 찰리는 예상 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엠마가 학창 시절 극단적인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 직전까지 갔다가 단념했다는 내용이었다.
따뜻하고, 순하고, 유머러스한 예비 신부의 과거라고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진실에 찰리는 아연실색한다.
엠마의 과거가 파혼을 결심할 정도의 중대범죄였다면 찰리의 고민은 차라리 쉬웠을지 모른다. 하지만 미수에 그친 범죄 계획을 고백한 애매한 상황에 찰리는 더욱 혼란에 빠진다.
엠마의 모든 것을 안다고 자신했던 찰리는 순식간에 낯선 사람이 된 듯한 엠마를 끝없이 의심하기 시작한다. 엠마는 엠마대로 더 이상 어떻게 바꿀 수 없는 지난 일을 물고 늘어지는 찰리가 답답하다.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의 영화 '더 드라마'는 결혼을 앞둔 행복한 커플이 숨겨온 과거를 고백한 뒤, 관계가 예측불허의 혼돈으로 치닫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로맨스의 외피 속에 인간 도덕성과 용서에 관한 까다로운 질문을 숨겨놓는다.
엠마의 고백을 기점으로 달콤했던 로맨스는 순식간에 불편한 심리극으로 돌변하고, 찰리의 의심이 커질수록 블랙코미디의 색채도 짙어진다.
한 번 의심에 사로잡힌 찰리는 엠마의 평범한 말과 행동에서도 과거의 흔적을 찾아내고, 결혼 준비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그의 불안을 더욱 부추긴다.
결혼식이 다가올수록 두 사람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영화는 민망한 상황과 돌발적인 사건을 연달아 터뜨리며 파국으로 달려간다.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은 내 이야기, 혹은 주변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느껴져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엠마의 과거를 용서해야 하는지, 찰리의 의심이 정당한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으면서, 영화가 끝나고 난 뒤 지인들과 나눌 무수한 이야깃거리를 안겨준다.
'살면서 저지른 가장 최악의 일'이 무엇인지, 만약 찰리와 같은 상황이라면 결혼을 강행할 것인지, 혹은 등장인물들이 털어놓은 과거의 잘못 중 무엇이 최악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을 토론하다 보면 영화 상영시간인 106분을 훌쩍 넘길 수도 있다.
젠데이아와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 호흡은 이 위태로운 관계에 생동감을 더한다.
두 배우는 쉴 새 없이 농담을 주고받는 연인의 친밀함부터 서로를 향한 의심이 극단으로 치닫는 순간까지 큰 폭의 감정을 능청스럽게 오간다.
미국 유명 제작사 A24의 기대작 중 하나였던 '더 드라마'는 지난 4월 북미에서 개봉한 뒤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약 2천억원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김태호 PD가 설립한 제작사 테오(TEO)가 처음으로 국내 배급에 나선 작품이기도 하다.
9월 9일 개봉.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