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내년 그래미 출품 안 한다…"지역·언어로 음악 구분 말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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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집 '아리랑' 세계적 흥행에도 이례적 결정…'아시안 팝' 신설에 반발
폐쇄성·보수성 지적받던 그래미에 '일갈'…전문가 "용감한 행보"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김선우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내년 2월 열리는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에 음악을 출품하지 않는다고 29일 전격 발표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저희는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늘 함께해 주는 '아미'(팬덤명)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3월 발표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앨범 차트 1위를 모두 석권하는 등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그런데도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를 지닌 그래미 어워즈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지난달 그래미 측이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권 음악을 구분해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을 신설한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비판 차원으로 해석된다.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는 K팝을 비롯해 J팝(일본 팝음악)과 C팝(중국 팝음악) 등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아시안 국가 언어를 유의미하게 사용하고, 아시아 출신이거나 현지에서 인정받는 아시안 팝 음악의 탁월함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미 측은 아시안 팝이 글로벌 음악 업계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 이를 신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요계에서는 별다른 음악적 공통 분모를 찾을 수 없는 한국, 중국, 일본의 대중음악을 아시아라는 '지역 단위'로 묶었다는 점에서 서구 중심적 사고가 반영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미국 등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날로 영향력을 높이는 K팝을 주요 부문이 아닌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에 국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는 시각도 나왔다.
해당 부문 신설로 겉보기에는 K팝의 그래미 수상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본상(제너럴 필즈·General Fields)을 비롯한 주요 팝 부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낼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 역시 이날 발표에서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라고 밝혀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실었다.
'그래미 어워즈'는 가수, 프로듀서, 녹음 엔지니어, 평론가 등 음악 전문가 단체인 레코딩 아카데미가 1959년부터 매년 여는 시상식으로, 대중음악계에서 최고 권위를 지녔다.
그러나 그동안 미국 내 다른 대중음악 시상식과 비교할 때 비(非) 백인 아티스트에게 유독 보수적이고 배타적이라는 비판도 끊이질 않았다.
'그래미 어워즈'는 아티스트가 출품하면 주최 기관인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의 1차 투표와 최종 투표로 수상자를 가리는데, 회원 대부분이 미국 주류 음악계의 전통적 집단으로 구성되는 폐쇄성 탓에 '새로운 선택'에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팝스타 더 위켄드는 히트곡 '블라인딩 라이츠'(Blinding Lights)로 전 세계를 휩쓸었지만, 2021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수상은 커녕 후보에도 오르지 못해 논란이 일었다.
또한 올해 2월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에선 지난해 최고 히트곡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리지널사운드트랙 '골든'(GOLDEN)이 OST 부문에 해당하는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1개 부문만 수상하고, 이에 못지않게 흥행한 로제의 '아파트'(APT.)가 무관에 그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2019년 '최우수 알앤비 부문' 시상자로 '그래미 어워즈'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들은 이듬해 릴 나스 엑스와 합동 공연을 통해 K팝 사상 처음으로 이 시상식 무대에 올랐다. 이후 2021년부터 3년 연속으로 '베스트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 등에 후보로 올랐지만 아쉽게도 수상에 이르지는 못했다.
방탄소년단은 2021년 기자회견에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며 그래미 수상에 의욕을 드러냈지만, 군 복무와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른 뒤 '그라모폰'(그래미 트로피)으로 자신을 증명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의 결정에 대해 "최고 권위로 꼽히는 그래미 어워즈를 상대로 한 용감한 행보"라며 "방탄소년단은 이미 그래미를 굳이 타지 않아도 되는 아티스트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방탄소년단과 '아미'는 지금까지 트렌드를 만들어내거나 '안티'의 공세를 이겨내는 등 함께 힘을 발휘해 많은 부분을 바꿔왔다. 이는 미국 시장 진출에도 큰 힘이 됐다"며 "이러한 흐름에서 이번 결정도 나왔을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