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영화 거장 장 클로드 루소 "늘 이미지가 발견되길 기다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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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현대미술관서 상영회…데뷔작부터 최신작까지 25편 한자리에

    2003년 전주에서 만든 영화도…"카메라·삼각대 빌려 즉흥으로 촬영"

    장 클로드 루소 감독
    장 클로드 루소 감독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프랑스 실험영화의 거장 장 클로드 루소(80) 감독이 24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7.24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프랑스 실험영화의 거장 장 클로드 루소(80)는 2003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생애 처음 한국을 찾았다.

    당시 전주 곳곳의 장면과 사람들을 담은 영화 '소나기가 오기 직전'을 연출했던 루소 감독이 2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아 국내 영화 팬들을 만난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영상관에서 열리는 상영회 '장 클로드 루소: 2026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엑스레트로'에 맞춰 지난 22일 방한했다.

    루소 감독은 상영회 개막일인 24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3년 전에는 전주에만 있었고, 서울은 (이번이) 처음인데 새로운 발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의 역동성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새로 지어진 건물도 많고, 현대적인 모습이면서도 주변의 산 등 자연도 잘 보존돼있어 도시 경관이 멋져 보였다"고 감탄했다.

    루소 감독이 방한 소감을 서울의 '이미지'를 중점으로 설명한 건 그의 영화 작업이 항상 이미지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는 "저의 데뷔작부터 최신작까지를 총망라한 이번 회고전을 관통하는 두 가지 주제도 '프레임'과 '이미지의 중요성'"이라고 설명했다.

    장 클로드 루소 감독
    장 클로드 루소 감독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프랑스 실험영화의 거장 장 클로드 루소(80) 감독이 24일 국립현대미술관 상영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7.24 [email protected]

    루소 감독은 미리 주제나 시나리오를 정하지 않고 주변의 사물과 장소를 담은 이미지에서 영화 제작을 시작하는 작업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소나기가 오기 직전'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었다.

    그는 "전주에서의 촬영은 제가 영화를 만드는 방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기획이나 의도가 전혀 없이 전주에 갔는데 촬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기본적인 촬영 장비도 없었기 때문에 당시 한 업체에서 급히 카메라와 삼각대를 대여했다고 한다.

    루소 감독은 "카메라를 빌린 뒤 택시를 탔는데, 테스트 겸 무릎 위에 올려두고 비 오는 창밖을 찍은 장면이 '소나기가 오기 직전'의 마지막 장면이 됐다"고 회상했다.

    영화제 관계자들과 전주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시간도 그대로 영화에 담겼다.

    루소 감독은 "평상에서 점심을 먹는데 그 순간 찍고 싶은 이미지가 보였다"며 "식사하고, 일행이 택시를 타고 떠나는 모습과 식당 주인이 마당을 쓸고 상을 정리하는 모습을 롱테이크로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누런 장판이 깔린 식당의 평상 위에 식사 손님용 빨간 방석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차양 밖으론 다른 식당 간판이 보이는 '소나기가 오기 직전'의 한 장면은 이렇게 탄생했다.

    스틸컷만 봐도 후텁지근한 날씨와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생생한 이미지다.

    영화 '소나기가 오기 직전' 속 한 장면
    영화 '소나기가 오기 직전' 속 한 장면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루소 감독은 스스로를 "이미지를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저는 뭔가를 찍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영화를 찍기 시작하지 않는다"며 "이미지가 저를 찾아오는 것, 저에게 발견되는 것을 항상 기다린다"고 표현했다.

    그런 의미에서 루소 감독은 영화를 문학이나 공연과는 명확히 구분되는 별도의 예술로 정의한다.

    스토리텔링이 기반이 되는 시나리오나 유명 배우의 연기, 현란한 컴퓨터그래픽(CG) 등은 영화의 본질이 아니고, 오직 '이미지' 자체만이 영화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루소 감독은 "뤼미에르 형제 등 프랑스 초기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전부 미술학교에서 교육받은 예술가였다"며 "이후 투자배급사가 개입하고 영화가 상업성을 띠게 되면서 예술의 영역에서 벗어났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런 의미에서 루소 감독 작품의 상영회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되는 건 각별한 의미라고 한다.

    그는 "영화는 이미지의 예술이고, 이미지가 속한 장소는 미술관"이라며 "그런 점에서 영화는 미술관과 잘 어울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24일부터 내달 2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루소 감독의 1983년 데뷔작 '창가에서 편지 읽는 소녀'(1983)부터 2024년 최신작 '내 연인들은 모두 어디에'(2024) 등 25편이 상영된다.

    국내 영화 애호가들이 몰리면서, 상영 일정 전편이 일찌감치 사전 예약을 마감했다.

    '장 클로드 루소: 2026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엑스레트로' 포스터
    '장 클로드 루소: 2026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엑스레트로'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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