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섬보이' 원작 김태풍 작가 "부모가 자식 보듯 뿌듯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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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드라마 '닥터 섬보이' 원작 웹툰 '존버닥터' 연재
"실제 공중보건의 모델로 작품 구상…이재욱·신예은 '찰떡 캐스팅'"
"영상화로 꿈 이뤄…웹툰과 드라마, 같지만 다른 쌍둥이 형제"
(서울=연합뉴스) 장진리 기자 = "많은 작가가 자기 작품의 영상화에 로망을 가지고 있어요. 자기가 만든 인물들을 드라마로 만나는 건 부모 같은 마음이랄까, 굉장히 행복해요. 뿌듯하고 애착이 가죠."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김태풍 작가는 자신이 그린 웹툰 '존버닥터'가 ENA 월화드라마 '닥터 섬보이'로 재탄생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김 작가의 '존버닥터'는 모두가 기피하는 섬 편동도에 발령받은 공중보건의 도지의의 고군분투를 그린 웹툰이다. 2019년 네이버웹툰에서 도전 만화로 시작한 이 작품은 2022년부터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에서 정식 연재되고 있다.
지난 1일부터는 이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닥터 섬보이'가 방송 중이다. 배우 이재욱과 신예은이 주인공인 공중보건의 도지의와 미스터리한 간호사 육하리를 각각 연기한다. 1회가 4.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ENA 월화드라마 역대 첫 방송 중 최고 시청률로 출발했다.
'닥터 섬보이' 원작자이자 시청자로 드라마를 즐기고 있다는 그는 "시청자들 반응을 보면서 감동하고 있다"며 "애정을 갖고 인물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보고, 남들이 내 자식을 예뻐하는 것을 보는 마음이 들었다"고 웃음 지었다.
김 작가는 무엇보다 주인공 캐스팅에 흡족했다고 한다. 그는 "신예은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너무 찰떡인데'라고 생각했다"며 "육하리를 더 잘 표현할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욱도 평소 안경을 쓴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 않았는데 드라마를 보고, 캐스팅하시는 분들의 대단한 안목을 느꼈다"고 했다.
드라마에서 새로 추가된 주인공의 캐릭터 특성에도 만족감을 표했다. 김 작가는 "3회에서 도지의가 거짓말하는 환자에게 호통을 치는 신이 있다. 웹툰과 같은 대사지만 저에겐 울림이 있었다"며 "원작에선 사이다 같은 일갈이라고 생각하며 그렸는데, 드라마로 보니 배우가 곤경에 처할 자신과 환자에 대한 걱정을 모두 담은 양가감정을 잘 표현했더라"고 감탄했다.
공중보건의는 병역의무를 대신해 보건의료 취약지역의 보건소에서 3년간 의사로 근무하는 제도다. 그동안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웹툰과 드라마는 많았지만, 공중보건의가 작품 전면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 작가는 PC 통신 애니메이션 동호회에서 알게 된 한 인물을 모델 삼아 '존버닥터'를 구상했다.
이후 의사가 된 이 인물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남의 한 섬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는데, 김 작가가 여기서 소재를 발굴한 것이다.
"웹툰은 소재 싸움이 필요해요. 다른 사람과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그 글을 보게 됐죠. 사실 의사라고 하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모습이 있잖아요. 그런데 푸념을 쏟아놓는 게 너무 인간적이고 재미있었어요. 당사자에게 공중보건의가 나오는 만화를 그려보려고 한다고 하니 '그게 만화가 되나요?'라고 되물으시기도 했어요. 그분의 사연을 기반으로 뼈대를 만들고 제 상상력을 덧붙여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김 작가는 작품을 연재하는 동안 다양한 의사들의 조언을 받았다. 취재를 위해 모델이 된 공중보건의가 근무하는 섬을 찾기도 했다. 실제 경험담을 생생하게 녹인 덕분에 '존버닥터'는 현장의 공중보건의나 의사에게서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저를 의사라고 착각하고 '재밌게 보고 있다'는 DM(다이렉트 메시지)이나 댓글을 주시는 공중보건의 선생님들이 꽤 있었다"며 "나중엔 그분들에게도 도움을 구해 소재를 묻고, 의료 자문을 받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존버닥터'에선 의사와 공무원, 전문의와 일반의 사이에 선 공중보건의의 독특한 지점이 그려진다. 전형적인 의사의 느낌을 피하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다. 김 작가는 "사명감과 열정이 넘치는 다른 창작물 속 의사와 달리 원치 않는 상황을 피하고도 싶고, 힘들지만 해야 한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군대 같은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의학물이라고 하면 흉부외과, 신경외과처럼 사람을 살리는 의사들이 주로 주인공을 맡는 것 같아요. 하지만 도지의는 성형외과 전문의죠. 인턴, 레지던트를 거친 프로지만 자기 분야에서만 프로이고, 공중보건의라는 의료 현장에선 초보이면서 초보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에요. 기본적인 의학 지식은 충분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적용하는 것에는 자신이 없는 '회색지대' 같은 느낌이죠. 전문의지만 전혀 다른 분야의 환자 앞에선 일반의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그려내고 싶었어요. 드라마 제작진도 이 부분을 주의 깊게 들으셨습니다."
'닥터 섬보이'를 통해 자기 작품을 영상화하는 꿈을 이룬 김 작가는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릴 정도로 기뻐하는 가족들의 반응에 뿌듯함을 느꼈다.
그는 "어머니가 '너무 눈물이 났다'고 문자를 보냈다. 딸도 '존버닥터'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닥터 섬보이'가 방영되고선 너무 재미있다며 완전히 빠져들었다"며 "지금도 얼떨떨하다. 그동안 아주 힘들었을 가족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존버닥터'와 '닥터 섬보이'는 '같지만 다른 맛'으로 웹툰 독자와 드라마 시청자를 동시에 만나고 있다.
웹툰이 공중보건의의 섬 생존기라면, 드라마는 두 주인공이 섬 로맨스를 통해 상처를 딛고 성장하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김 작가는 "웹툰과 드라마가, 같지만 다른 쌍둥이 형제 같은 느낌이 든다"며 "세부적인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장르나 인물들의 관계성 변화가 있어서 어느 쪽도 다 즐길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웹툰이 벌써 5년째 연재되고 있어요.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독자들이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해주셔서 작가로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드라마는 저 역시 시청자 입장이라 결말이 너무나도 궁금합니다. 저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끝까지 시청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