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번 "자기 반복은 함정…경계 밖에 가능성의 세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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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토킹 헤즈 리더 출신 싱어송라이터…8월 49년 만에 첫 내한 공연
커다란 재킷·밴드와 군무 등 퍼포먼스 눈길…"亞 전통 극장이 사고 해방"
인디 레이블 '루아카 밥' 설립·이날치와 계약…"서양서도 좋아할지 보자"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미국의 전설적인 뉴웨이브 밴드 토킹 헤즈의 리더 데이비드 번(74)은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변화와 혁신을 멈추지 않는 싱어송라이터다.
지난 1980년 토킹 헤즈 4집 '리메인 인 라이트'(Remain in Light)에서 아프리카 음악의 영향을 받은 신선한 사운드를 선보였고, 1989년에는 영화 '마지막 황제'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에 사카모토 류이치와 참여해 그래미 어워즈를 수상했다.
번은 오는 8월 21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지난 1977년 데뷔 이래 49년 만에 처음으로 내한 공연을 열고 한국 팬을 만난다.
번은 5일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토킹 헤즈 시절부터 우리가 너무 많이 자신을 반복하면 특정한 사운드 혹은 접근 방식과 우리가 동일시될 것이고, 그것은 곧 함정이 되리라는 걸 깨달았다"며 "변화하고 유연하게 대처함으로써 이 함정에 갇히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 음악적 취향은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에 형성됐는데, 당시 제가 존경하던 많은 예술가와 음악가들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는 것을 발견했다"며 "그 실험 정신을 멋지게 여겼다"고 덧붙였다.
번은 데뷔 이래 반세기 가까이 밴드·솔로 음악 외에도 영화, 뮤지컬, 글쓰기, 시각 예술 등 다양한 영역을 오가며 창작 역량을 드러내 왔다.
번은 최근에는 영화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엔딩곡 '디스 이즈 어 라이프'(This Is A Life)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토킹 헤즈의 1983년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 '스톱 메이킹 센스'(Stop Making Sense)가 국내에서 개봉하기도 했다.
번은 지난해 그래미 수상 프로듀서 키드 하푼과 뉴욕 기반 체임버 앙상블 고스트 트레인 오케스트라와 협업한 정규앨범 '후 이즈 더 스카이?'(Who Is The Sky?)를 내고, 재치 있는 사운드, 유머러스한 분위기, 철학적인 메시지를 선보였다.
그는 "저는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사랑했고, 실험적인 극장 연극에 빠졌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영화 제작자에게 빠졌다. 음악 밖에서 영감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며 "제 호기심이 저를 다양한 시도로 이끌었다"고 짚었다.
이러한 도전 정신은 과거에 안주하는 것에 대한 단호한 거부로도 이어졌다.
번은 토킹 헤즈의 재결합에 대해 "토킹 헤즈는 활동 시기에 꽤 성공적이었다. 그래서 수익이나 뒤늦은 인정을 위해 재결합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해체하는 모든 그룹이 '음악적 차이'를 거론하지만, 제 경우에는 그게 분명히 사실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번의 음악적 호기심은 미국과 영국 등 주류 서구 세계에만 머물지 않았다. '리메인 인 라이트'에서의 아프리카, 영화 '마지막 황제'에서의 중국, 지난해 발표한 신보 '후 이즈 더 스카이?'에서의 라틴 등 다양성이 시대의 화두로 부상하기 훨씬 이전부터 그의 시선은 지구촌 곳곳을 향했다.
번은 이와 관련해 "저는 어렸을 때 조지 해리슨이 비틀스의 곡에 인도 음악을 접목한 것을 듣곤 했다"며 "또한 제가 살던 지역의 공립 도서관에는 3일간 LP를 빌릴 수 있게 돼 있어서 인도 음악, 아프리카 전통 부족 음악, 베라크루스 마림바 앙상블 등 다양한 음악을 부담 없이 탐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작곡가 존 케이지와 크세나키스 등은 번의 음악적 '눈'을 뜨게 했고, 레코드 가게에서 발견한 아프리카 음악 음반들은 드럼, 전자 기타, 아코디언 등 익숙한 악기를 사용하는 전혀 다른 방식을 안내했단다. 브라질의 뮤지션 카에타누 벨로주의 곡 '테하'(Terra)를 듣고서는 익숙한 무언가를 넘어선 혁신과 아름다움을 접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언급하며 "경계 바깥에 또 다른 가능성의 세계가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번은 무대 위에서 펼치는 독특한 퍼포먼스로도 유명하다. 공연 실황 영화 '스톱 메이킹 센스'에서 체구보다 훨씬 큰 재킷을 입고 나온 인상적인 연출은 40년이 지나도록 회자한다. 최근에는 밴드 멤버들이 같은 색상의 옷을 입고 악기를 무선으로 연결한 채 무대 위를 누벼 행위 예술을 연상케 했다.
번은 "다른 예술가의 무대 연출 혹은 춤·공연에 대한 아이디어를 베끼고 싶지 않아서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조명, 무대 연출, 춤 그 어떤 것도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가수가 아닌 저 자신에게서 나온 것처럼 느껴지는 움직임의 방식을 조금씩 발견해 나갔다. 록 밴드가 시도하지 않던 다른 종류의 조명과 무대 연출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스톱 메이킹 센스'에 나온 커다란 정장은 일본의 전통 공연 예술 노(能)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그는 "제 무대 연출에 대한 사고를 해방시킨 것은 아시아 전통 연극 극장이었다"며 "아시아 연극은 자연스러운 몸짓·말·연출을 사실적으로 흉내 내려고 힘쓰지 않는다. 제게는 바로 그것이 음악 콘서트가 지향하는 바에 가까워 보였다"고 했다.
번은 인디 레이블 '루아카 밥'(Luaka Bop)을 설립해 오키나와, 페루, 콜롬비아, 브라질 등 세계 다양한 지역의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범 내려온다'로 유명한 밴드 이날치가 루아카 밥과 계약해 새 싱글 '떴다 저 가마귀'를 발표하기도 했다.
번은 "솔직히 아시아 음반들은 서양 청취자를 대상으로는 도전이었지만, 루아카 밥은 포기하지 않았다"며 "다음 음반은 한국 밴드 이날치가 될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그들을 좋아할지 두고 보자. 우리 중 일부는 이미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