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영웅은 없다…평범하고 결핍있는 'K-히어로물' 능력자들
작성자 정보
- 먹튀헌병대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16 조회
- 목록
본문
'무빙' 이어 '원더풀스' 인기…화려한 액션 너머 상처 치유 서사
소시민 정서에 한국적 '공동체성' 차별화…"리얼리즘과 판타지 결합"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예상치 못하게 초능력을 얻게 된 동네 문제아,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엄청난 비행 능력을 갖췄지만 그저 순진무구하기만 한 고등학생.
이들은 모두 초능력을 가진 '영웅'이지만, 그동안 봐왔던 완벽하고 무결점인 영웅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과거 대중문화 속 히어로들은 절대적인 악을 타도하고 지구 평화를 지키는 천하무적의 존재로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흥행하는 K-히어로물은 거창한 세계 평화나 빌런(악당)과의 화끈한 전투 대신, 저마다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에 집중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원더풀스'는 초능력을 갖게 된 동네 허당들의 분투기를 통해 친근하면서도 유쾌한 매력으로 호평받았다.
박은빈과 차은우가 주연한 '원더풀스'는 공개 2주 차에 넷플릭스 비영어 쇼 부문 2위에 오르며 본격적인 흥행몰이에 나섰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공개된 넷플릭스 '캐셔로' 역시 평범한 공무원이 통장을 털어 세상을 구하는 눈물겨운 여정을 그리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K-히어로물의 주인공들에게 초능력은 거창한 권력이 아니다. 그저 자신이 가진 상처를 치유하고 '내 곁의 소중한 사람을 지키며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수단'이다.
웰메이드 히어로물의 포문을 열었던 디즈니플러스 '무빙'이 최근 시즌2 촬영 돌입을 발표하면서, 초능력이란 장르적 쾌감에 가족·이웃 간 사랑이란 한국 특유의 보편적 정서가 결합한 'K-휴먼 히어로물' 흥행 공식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히어로물의 변화가 무결점의 영웅에게 경외감을 느끼던 과거와 달리 이제 대중이 영웅에게 기대하는 바가 심리적으로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봤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주인공이 완벽하면 스토리가 단순해져 지속적인 몰입이 어렵지만, 약점과 상처가 있으면 서사의 매력이 깊어진다"며 "시청자들은 '주인공도 나와 같은 약한 존재구나'라며 자기를 동일시하고 감정을 이입한다. 그런 약한 주인공이 마침내 타인을 구해낼 때 더 큰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역시 "과거 슈퍼맨 같은 초월적 영웅에게 느낀 감정이 '경외감'이었다면, 요즘 K-히어로들은 위로와 응원을 부른다"며 "현실의 우리는 미비하지만 한편으론 우월해지고 싶은 양가적 욕망이 있는데, 미운 오리 새끼처럼 뒤늦게 재능을 발견하는 주인공들의 서사가 이러한 대중의 심리를 은유적으로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어려운 사정으로 대출을 고민하거나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싶어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시민의 애환이 초능력이란 판타지와 만났을 때 생기는 역설적인 결합이다.
우리가 흔히 완벽하다고 생각한 영웅이 팍팍한 현실 속에서 똑같이 결핍을 느끼고 고뇌하는 모습은 강한 몰입감을 안긴다. 자신의 돈을 쓸 때만 능력이 발휘돼 대출까지 고민하는 '캐셔로'의 설정이 대표적이다.
김 평론가는 "서민이 영웅적 행위를 현실에서 실현하려면 상당한 희생과 고통이 수반된다"며 "이러한 부분을 리얼리즘 관점에서 판타지와 결합해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소시민적 정서와 한국 특유의 '공동체성'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신선한 차별화 전략으로 통한다.
김 평론가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 이전의 서구 콘텐츠가 개인화되고 미시적인 서사에 주목했다면, 우리 정서는 가족과 이웃을 아우르는 공동체성이 강하다"며 "이러한 포맷이 특히 비영어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유대감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해외 팬들을 사로잡은 비결"이라고 짚었다.
전형적인 액션에 피로감을 느낀 콘텐츠 시장에서 'K-휴먼 히어로물' 장르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다.
하 평론가는 "볼거리만 있으면 공허하고 리얼리티만 있으면 오락성이 떨어지는데, 한국형 히어로물은 이 두 가지를 영리하게 배합했다"며 "완성도만 어느 수준 이상으로 유지한다면 탄탄한 수요층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