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목 "백상 조연상부터 유퀴즈 출연까지…큰 용기 얻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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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 이야기'로 데뷔 후 첫 수상…"인생에서 가장 큰 힘 된 역할"
ENA '허수아비'도 호평…"연기 잘하는 배우, 평생의 꿈"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연기를 시작한 이래 아침저녁으로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해왔습니다. 요즘 시청자들이 남겨주신 댓글들을 보며 문득 '내가 마침내 꿈을 이룬 건가' 싶었죠."
최근 종영한 ENA 드라마 '허수아비'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유승목은 작품 흥행과 대중의 관심에 연신 "감사하다"며 미소 지었다.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만난 그는 '허수아비'가 ENA 드라마 중 역대 시청률 2위(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8.1%)를 기록하며 호평 속에 종영한 것을 두고 "방송 전 시사회에서 1, 2부를 보고 작품이 정말 탄탄하게 잘 나왔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소회를 밝혔다.
'허수아비'가 실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기에 유승목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무게감이 남달랐다고 전했다. 그는 같은 사건을 다룬 2003년 개봉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도 취재 기자 역할로 출연한 바 있어 더욱 감회가 남달랐다.
유승목은 '허수아비'가 '살인의 추억'과 소재는 같지만, 전달하려는 메시지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허수아비'는 단지 범인을 잡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당시 힘들고 아팠던 이들의 슬픔을 함께 들여다보는 작품이기에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며 "감독님과 작가님, 그리고 모든 배우가 실화가 가진 무게감을 인지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정말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가 연기한 차무진은 연쇄살인사건 담당 검사인 차시영(이희준 분)의 아버지이자 군 장성 출신 유력 정치인으로, 자신의 욕망을 위해 주변의 아픔을 철저히 외면하는 인물이다.
여러 혼외자식을 둔 비정한 아버지로서 작품 속 인물들의 관계를 얽히고설키게 만드는 핵심 빌런(악역)이기도 하다.
그는 "첫 대본 리딩 당시에도 자기소개를 하면서 '차준영(허정도)과 차시영의 아버지이지만 누가 또 제 자식이 될지 모른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던 기억이 난다"며 "차시영보다 등장 횟수는 적지만, 어쩌면 차시영보다 더 못된 악역이 아닐까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모범택시1', '크래시', '메리 킬즈 피플' 등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박준우 감독의 제안으로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촬영 중인 '크래시2'까지 벌써 박 감독님과 다섯 번째 작품을 하고 있다"며 "현장의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희준, 박해수, 곽선영 등 호흡을 맞춘 동료 배우들을 향해선 "대본 그 이상의 깊은 감정을 쏟아내는 모습들을 보며 동료로서 울컥했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감사를 전했다.
유승목에게 2026년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해다. 지난해 종영한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이하 '김 부장 이야기')로 제62회 백상예술대상 방송 부문 남자 드라마 조연상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그가 데뷔 36년 만에 처음으로 받은 연기상이다.
그가 연기한 백정태 상무는 자신의 욕망 때문에 부하 직원인 주인공 김낙수(류승룡)를 내치는 빌런이지만, 은퇴를 앞둔 중년 남성의 애환과 고뇌를 입체적으로 그려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유승목은 "백 상무를 단순한 빌런으로만 그리고 싶지 않았고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많은 분이 깊이 공감해 주셔서 놀랐다"며 "그동안 많은 역할을 맡았지만 백 상무는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힘이 돼 준 캐릭터"라고 말했다.
유승목은 '김 부장 이야기'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류승룡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류승룡 배우가 현장에서 정말 잘 챙겨줬다"며 "촬영이 끝난 뒤엔 우리가 그동안 함께한 6개 작품의 캐릭터 사진을 모아 '30대부터 50대까지 함께했으니 앞으로 60대, 70대까지도 멋지게 가자'고 문자를 보내왔는데 정말 울컥했다"고 전했다.
백상예술대상 수상 이후 그는 유재석이 진행하는 '유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도 출연했다.
그는 "딸들도 '유퀴즈' 섭외 소식을 듣고 '진짜냐'며 깜짝 놀라더라"며 "주변에서도 요즘엔 '축하드린다'는 인사를 참 많이 듣는다"고 말한 뒤 수줍게 웃었다.
현재 다양한 차기작을 준비 중인 그는 많은 감독과 제작자가 꾸준히 자신을 찾는 이유에 대해 "현장에서 건방 떨지 않고 성실하게 임한 덕분인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명품 조연'이라는 대중의 평가에도 겸손을 잃지 않았다.
"그동안 꾸준하게 연기를 잘해 왔다고 박수 쳐주시는 것 같아 큰 용기를 얻었어요. 한 편으론 앞으로도 '연기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도 되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착실하게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