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성 잃은 슬픔마저 웃음으로 승화한다…제14회 부코페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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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바다 달군 '웃음바다' 무대…지석진 MC·QWER 축하공연
고(故) 전유성 추모 영상에 '먹먹'…첫 '전유성상' 수상자에 박준형
(부산=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아시아 최대 코미디 축제인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이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개막무대와 함께 10일간 대장정에 돌입했다.
2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제14회 부코페 개막식은 객석을 가득 메운 1천800여명 관객들의 열띤 환호로 달아올랐다.
본 행사에 앞서 개그맨 양상국의 진행으로 열린 블루카펫 행사에는 이홍렬, 박준형, 김수용, 박성호, 박성광 등 국내 최정상 개그맨들과 전 세계 10개국에서 온 해외 코미디언 등이 차례로 등장해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특히 최근 KBS에서 단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많은 사랑을 받는 '말자쇼'의 김영희와 정범균, 그리고 할머니 분장을 한 김영희의 딸 윤해서 양이 등장하자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또 코미디언 신봉선은 무대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내일(22일) 오후 3시에 딱 한 번 '전유성 없는 전유성쇼' 공연을 하니 많이 와서 구경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최근 아내 김지민의 임신 소식을 알린 김준호 부코페 집행위원장은 마지막 순서로 블루카펫 무대에 올라 "개그계의 아버지에서 진짜 아버지가 됐다"고 말해 관객들의 따뜻한 축하를 받았다.
본격적인 개막식은 방송인 지석진이 메인 MC를 맡아 특유의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지석진은 "제가 벌써 14번째 MC라는 것이 정말 놀랍다. 이는 한두 명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라며 "특히 후배지만 (부코페 행사를 주도한) 김준호, 김대희씨 두 분을 정말 리스펙트한다"고 말한 뒤 두 사람을 일으켜 세워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개막 공연의 시작은 드로잉 퍼포먼스 팀 '크로키키 브라더스'가 열었다. 이들은 빠른 비트의 노래와 함께 하얀 도화지 위에 순식간에 그림을 그려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또 프랑스 코미디언 패트릭 코텟 모이네는 대사 한마디 없이 몸짓으로 펼치는 마임쇼 '마임 드 리옹' 공연으로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웃음을 선사했다.
이어 '말자쇼'의 김영희와 정범균은 실제 현장에서 받은 사연 쪽지를 읽으며 관객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대세 밴드 QWER의 청량하고 에너지 넘치는 축하 무대도 현장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한국 코미디계의 대부 고(故) 전유성을 기리는 시간도 가졌다.
지석진은 "전유성 선배님이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1년이 됐다"며 "많이 그립다. 이 자리에 현재 안 계신다는 것이 많이 슬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공연을 잠시 멈추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상영된 추모 영상에는 앳된 소년 시절부터 혈기 왕성한 청년 시절 등 전유성의 일대기가 담긴 사진이 인공지능(AI) 영상으로 재현됐다. AI 영상 속 전유성은 사진 속 동료들과 함께 환하게 웃어 보이고,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특히 생전 명예위원장을 지내는 등 부코페를 각별히 아꼈던 고인이 부코페에서 콩트를 선보이는 모습이 상영되자, 후배 개그맨들과 관객들은 먹먹한 눈시울로 스크린을 바라보며 깊은 애도와 존경을 보냈다.
이어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신설된 '전유성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시상자로 나선 개그맨 이홍렬은 "첫 전유성상 시상자로 나서 감회가 남다르다"며 "선배님의 웃음이 오늘 이 상을 통해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고 말했다.
뒤이어 '제1회 전유성상'의 주인공으로 '개그콘서트'의 맏형으로서 오랜 시간 한국 코미디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개그맨 박준형이 호명되자 객석과 무대 곳곳에서 힘찬 박수가 쏟아졌다.
무대에 오른 박준형은 "제가 첫 회 수상자로 정해졌다는 말을 듣고, 제가 이 상을 받아도 될까 하는 생각에 여러 기분이 교차했다"며 "너무 큰 상을 받아 영광이다. 선배님 생각도 많이 난다"는 뭉클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전유성 선배님이 살아 계셨다면 뭐라고 하셨을까. 아마 '내가 살아 있을 때 만들지 그랬냐'고 이야기하지 않으셨을까 싶다"며 고인의 성대모사를 짧게 선보인 뒤 "부코페를 통해 여러분께 코미디를 알릴 수 있어 좋다. 앞으로도 많은 코미디언에게 큰 박수를 달라"고 강조했다.
'부산바다 웃음바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올해 부코페는 오는 30일까지 열흘간 부산 전역에서 다채로운 코미디 공연과 부대 행사를 이어간다. 특히 22일 부산은행 본점 오션홀에서는 후배 개그맨들이 헌정 무대 '전유성 없는 전유성쇼'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