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m 트로이 목마에 실제 항해까지…'오디세이' 제작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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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런 감독 20년간 꿈꾼 프로젝트…아이맥스 필름 길이, 서울∼부산 넘어
1만㎡ 규모 트로이 세트 짓고 CG 최소화…맷 데이먼 "가장 힘든 작품"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세계적인 화제작인 영화 '오디세이'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특유의 철학이 녹아 있는 제작 방식으로도 이목을 끈다.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현실의 감각을 느끼게 하려는 놀런 감독 의도에 따라 '오디세이'에서도 아이맥스(IMAX) 필름이 사용되고 컴퓨터그래픽(CG) 사용이 최소화됐으며, 로케이션 촬영이 이뤄졌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 속 그리스 신화를 현실감 있게 재현한 영화는 국내외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 놀런 감독의 20년 프로젝트…반려견도 제작에 영향
배급사 유니버설 픽쳐스와 외신에 따르면 영화 '오디세이'는 놀런 감독이 20년 이상 꿈꿔온 프로젝트다.
첫 시작은 2000년대 초반 놀런 감독이 '인썸니아'(2002)를 만든 뒤다. 그는 트로이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트로이'(2004) 제작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면서 관련 연출을 구상했다.
최종적으로 놀런 감독이 '트로이' 연출을 맡지는 않았지만, 그의 머릿속에 트로이 목마의 이미지가 오랜 기간 남았다. 이는 트로이 전쟁 이후 영웅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그린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영화화하려는 씨앗이 됐다. 놀런 감독은 전작 '오펜하이머'(2023)의 성공 이후 작업에 착수할 수 있었다.
놀런 감독이 제작의 계기로 반려견을 꼽은 점도 눈길을 끈다. 놀런 감독과 아내인 프로듀서 엠마 토마스는 자녀들이 집을 떠난 뒤 개를 집에 들였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오디세우스와 그가 기른 개 아르고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20년간 오디세우스를 기다려온 아르고스의 충직함은 인물의 감정을 깊게 하고 귀향에 의미를 더한다. 놀런 감독은 '오디세이'를 가리켜 "궁극의 개 영화"라고 언급했다.
◇ 사상 최초 전편 아이맥스 촬영…사용한 필름 길이 640㎞
놀런 감독이 20년 이상 품어온 프로젝트답게, 영화에는 그의 야심이 망라됐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맥스 필름 촬영이다. 놀런 감독은 인간의 눈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최고의 화질로 재현한다는 이유로 아이맥스 필름을 선호해왔으며 '다크 나이트'(2008)부터 이를 활용했다.
이번에는 영화 사상 처음으로 전 분량을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했다. 소음 때문에 대화 등 조용하고 섬세한 장면을 찍을 수 없었던 약점을, 방음 케이스로 카메라를 감싸는 '블림프 시스템'으로 극복했다. 방음 케이스의 큰 부피 때문에 대화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카메라를 바라보는 배우의 시선이 어색해지자, 이를 교정하는 거울도 도입했다.
그렇게 전 분량을 촬영하며 사용한 필름의 길이는 약 640㎞에 달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도로 거리(약 400㎞)를 훌쩍 넘는 길이다.
◇ 트로이 목마·괴물 키클롭스 제작…CG 최소화
영화에 실재감을 부여하려는 놀런 감독의 원칙은 이번에도 적용돼 컴퓨터그래픽(CG) 사용을 최소화하고 실제 모형을 만들었다.
극 중 트로이를 무너뜨리게 되는 '트로이 목마'는 높이 10.7m, 무게 3t이 넘는 모형으로 제작했다. 그리스 병사들이 목마를 타고 트로이로 잠입하는 장면을 위해 오디세우스 역의 맷 데이먼을 비롯한 배우들이 실제 목마 안으로 들어가 연기했다.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도 18m가 넘는 기계식 인형으로 구현했다. 여기에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2014)에서 로봇 타스를 연기한 적 있는 미국 토니상 수상자 빌 어윈의 연기를 더했다.
오디세우스를 비롯한 이타카 병사들과 거인족 간의 싸움은 키가 2m가 넘는 장신 스턴트 배우와 1.5m 이하의 스턴트 배우를 기용한 뒤 원근법을 활용한 촬영으로 재현했다.
◇ 배 공수해 실제 항해·트로이 성 재현…맷 데이먼 "가장 힘든 작품"
영화 속 배경이 되는 곳은 실제 장소를 바탕으로 촬영했다.
영화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항해 장면 상당수는 바다 위에서 촬영했다. 고대 방식과 재료로 만들어진 선박을 공수해 배우와 선원들이 노를 저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트로이 전쟁 촬영을 위해 트로이 성도 모로코에 직접 만들었다. 1만㎡가 넘는 부지에 60개가 넘는 구조물로 성을 구현했다.
오디세우스의 고향 이타카에서의 장면은 이탈리아 파비냐나 섬에 있는 성 '카스텔로 디 산타 카테리나'에서 찍었다. 촬영을 위해 배우들은 분장한 채 45분을 걸려 313m 높이의 언덕을 매일 오르내렸다.
제작진과 배우는 이렇게 최적의 장소를 찾아다니며 91일간 모로코와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그리스 등 총 6개국에서 촬영했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방불케 하는 작업 과정에 관해 주연 맷 데이먼은 "지금까지 한 작품 중 가장 힘들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제작진과 배우의 노고가 녹아 있는 영화는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7일 북미에서 개봉한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9억3천900만달러(약 1조 3천억원)를 벌어들였다.
국내에서는 지난 5일 개봉해 4일째 100만명을 돌파했다. 개봉 첫날 50만장대였던 예매량은 8일 오후 70만장을 훌쩍 넘어서며 흥행에 가속이 붙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