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스민 독재의 악취…1970년대 브라질의 '시크릿 에이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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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칸영화제 감독상·남우주연상 수상작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1977년 브라질 군사독재 시절, 고속도로에서 차를 몰다 주유소를 찾은 남성 마르셀루(바그너 모라 분)는 기이한 풍경을 맞이한다.
주유소 바닥에 파리가 끓는 시신이 악취를 내뿜으며 널브러져 있던 것.
다가온 주유소 주인은 엔진오일을 훔치려던 강도를 직원이 총으로 쏴 죽였는데, 경찰에도 신고했으나 바빠서 며칠째 출동을 안 해준다고 설명한다.
곧이어 도착한 경찰은 시신에는 관심이 없고 대뜸 마르셀루의 신분증을 내놓으라고 한다.
경찰은 차량 내 소화기의 유통기한 따위에 시비를 걸다 "경찰 카니발 기금에 기부를 좀 하시겠느냐"며 본심을 드러낸다.
살인사건에는 바쁘다며 출동을 미루고, 비싼 차를 타는 시민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경찰의 비상식적 모습은 1970년대 브라질의 한 단면이다.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의 '시크릿 에이전트'는 1970년대 브라질에서 일상처럼 벌어졌던 부조리를 입체적으로 담아낸 정치 스릴러다.
지난해 제78회 칸영화제에서는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외국어영화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외에도 제31회 크리틱스초이스 외국어영화상, 제60회 전미비평가협회상 비영어영화상 등 전 세계 영화제에서 총 102개의 상을 휩쓸었다.
공대 교수였던 마르셀루는 딱히 이념을 내세워 정치 활동을 한 것도 아닌데 어느 날 '윗선'의 청부살인 대상으로 지목된다.
아내도 죽고, 마르셀루는 어린 아들을 처가에 맡긴 채 쫓기는 삶을 산다.
마르셀루가 왜 쫓기는 신세가 되었는지, 마르셀루의 아내는 어쩌다 죽게 됐는지, 영화는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불행'은 군사독재 아래 시민들이 매일 겪어내야 했던 수모의 핵심이다.
영화는 군사독재 시절 벌어졌던 국가폭력을 구체적인 사건 대신 일상을 사로잡은 긴장감과 공포감으로 에둘러서, 훨씬 더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평범한 사람이 마치 비밀 요원(시크릿 에이전트)처럼 가명을 쓰고, 가족과 만날 때에도 연락책을 통해 접선 장소를 정하는 모습은 웃을 수 없는 코미디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1970년대의 모습은 마르셀루 관련 녹음파일 등 기록물을 2025년의 역사학도들이 아카이브에서 꺼내 연구하는 장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해할 수 없는 국가폭력이 만연했던 당시 브라질은 현재의 시선에서 마치 영화 속 영화처럼 펼쳐진다.
마르셀루가 비슷한 처지의 도망자들과 아지트에서 함께 생활하며 인간적인 정을 나누는 부분은 휴먼 드라마고, 청부 살인자들과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액션 영화인 셈.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은 국내 배급사를 통해 전한 인터뷰에서 "거의 50년이 지났으니 많은 것이 변했지만,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사회의 행동 방식만큼은 다시 과거로 되돌아간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걸 브라질에서 봤고, 지금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